정영숙
수박을 먹으며 너를 생각 한다
너를 생각하면 수박이 아프다
수박이 붉은 눈물을 흘리며 운다
뜨거운 양철 지붕 밑
이마 맞대고 파먹던 붉은 심장
보랏빛 새벽이 오기 전
무쇠 칼에 베어지던 청춘을 기억하며 운다
술 취한 배*처럼 흔들리던 신념
그 무너진 기슭, 어느 무덤가
초록의 인광으로 빛나던 사랑, 그 이름을
불러보지만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네 달디 단 고백을 파먹은
내 입술만 피처럼 붉다
너와 같이 수박을 먹던 한여름 밤도
붉은 눈물을 흘린다
유성이 떨어진다
정영숙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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