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배 밖으로 나오려 하네 – 논설위원 송란교
간이 배 밖으로 나오려 하네 – 논설위원 송란교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3.06.1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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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무모한 도전을 일삼는 친구를 보면 간혹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라고 무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 수술이나 치료를 위한 경우가 아니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다는 것은 정상은 아니다. 옛날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는 토끼가 자신의 간을 꺼내서 말리고 다시 넣고 할 수 있다는 속임의 말로 자신을 잡으러 온 자라를 아주 자연스럽게 속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말을 믿어주는 순진한 자라를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런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저기서 ‘내 간 사이소’ 하며 떠드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흔히 겁이 없는 사람을 가리켜 ‘간이 크다’, 혹은 ‘간이 부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간을 꺼내놓고 ‘내 간이 크네’, ‘네 간이 작네’, ‘내 간은 싱싱하고’ ‘네 간은 썩었네’ 하면서 서로 다투면 어쩌자는 것일까? 배 밖으로 나온 썩은 간은 귀신도 싫어하고 용왕도 싫어한다.

자신만의 리그, 자신만을 위한 법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 칭찬받을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면서 선한 일은 혼자 다 한 듯이 생색을 내려 하고, 나쁜 짓 욕먹을 일은 앞장서서 저지르고 짐짓 악한 일은 전혀 안 한 듯이 뒤로 숨는다. 그런 사람들의 간은 어찌 생겼을까?

햇볕은 골고루 퍼져야 한다. 풍우무향(風雨無鄕)이다. 그래야만 만인(萬人)이 편안하게 웃는다. 가지런히 줄짓는 하얀 파도는 아름답지만, 바위에 막히면 화를 내며 부서진다. 선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거룩한 마음을 왜 가로막으려 하는가? 누가 그 햇빛을 가로막는가? 누가 불평불만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누가 국민의 간을 썩게 만들고 있는가? 어두운 뒷골목을 즐겨 찾는 이 누구인가?

간이 썩은 사람, 간이 부은 사람들이 간을 꺼내 들고서 서로 먼저 팔려고 야단들이다. 누구 하나 쳐다보고 박수 치는 이 없는데 자기들만의 리그전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잘 익은 내 간 사이소’ 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고 다닌다. 구린내 진동하는 그 썩은 간을 어디에 쓸 수 있단 말인가. 분뇨(糞尿)라면 두엄이라도 만들겠지만, 이 물건은 도무지 쓸데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대담(大膽)하다’는 것은 쓸개가 크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의 하나인 ‘간장’을 ‘간’ 뿐만 아니라 담(쓸개)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하기에, ‘간이 크다’ 혹은 ‘대담하다’는 말은 결국 같은 뜻일 것이다. 간이 큰 사람은 정말로 겁이 없을까? 신기하게도 겁이 없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간이 살짝 더 크다고 한다.

피해야 하는 음식은 왜 이리 나의 혀를 유혹하는가? 내 몸에 보약 같은 음식은 왜 이리 나의 혀를 밀어내는가? 홧병 들면 간이 아프고 술병 들면 위도 아파한다. 꼭지 돌았다고 때린 놈이 왜 못 피하고 맞았냐 외려 화를 내니 천불이 난다. 부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오려 하니 미운 뱃살도 따라 나오려 한다. 부정부패로 찐득하고 쫀득해진 혈액은 묽어질 줄 모른다. 남의 것을 훔쳐 먹다 뚱뚱해진 몸매는 갈수록 움직임을 싫어하니, 짧아진 혀만 단맛을 찾는다.

내일을 꿈꾸지 않는 사람, 아니 내일을 기대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만 행복하고 즐거우면 되지’라는 생각에 몰입한다. 이렇게 하루살이같이 짧은 생각 짧은 인생을 즐기려 하니, 갈수록 자극적인 놀이가 늘어나고, 속임의 강도가 세지는 것은 아닐까?

음식은 남을 위해 만들 때 가장 맛있게 만들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이 차려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말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할 때 가장 빛이 난다. 남들이 나를 배려해주는 말이 가장 고맙고 맛있게 들린다. 나를 위한 음식은 노동이 필요하지만, 남을 위한 배려는 행복한 마음이면 족하다. 조그마한 배려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큰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민심이 아닌 흑심에 찌든 간이 어찌 이 맛을 알리오? 어제는 간을 빼놓고 왔다 하고, 오늘은 간을 말리고 있다 하면 그런 말을 언제까지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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