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넓게 쓰면 세상이 넓어진다
마음을 넓게 쓰면 세상이 넓어진다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06.3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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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어느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시어머니가 주제로 떠올랐다. 팔순 중반을 넘으셨는데도 기억력이 육십 대인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뭔 줄 알아?’ 하면서 불쑥 내민 말이, ‘머리를 쓰고 살아야지 가두거나 먹어 버리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리를 자주 쓰지 않으면 조금 전에 보았던 맥문동이라는 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자꾸 시어머니에게 되묻게 된다’고 덧붙였다. 쓰지 않아 녹슨 머리로는 방금 본 것조차도 기억하는 게 버거운데, 골방에 갇힌 오래된 추억들을 어찌 생생하게 되새김할 수 있겠는가?

머리를 예쁘게 쓰지 않으면 녹(綠)이 먹어 버리고 마음을 아름답게 베풀지 않으면 독(毒)이 쌓인다. 타고난 재능을 아끼고 살다 보면 장롱 속 운전면허증이 될 뿐이다. 소중한 것일수록 감추고 아끼면 똥이 된다는 선현(先賢)의 말씀은 결코 틀리지 않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각 좀 하며 살지’, ‘머리 좀 쓰며 살지’, ‘마음 좀 넓게 쓰며 살지’. 이런 말을 듣기 전에 마음을 ‘넓게 쓰면 넓어지고 좁게 쓰면 좁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좋겠다. 서로 나누고 함께 어울림에 모두 당당하면 더 좋겠지요.

‘나이는 혼자 먹어도 머리는 혼자 먹지 말자’.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말할 기회가 없게 되고,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 쓸 일도 머리 쓸 일도 없게 된다. 혼자 꾸역꾸역 먹는 음식이 무에 그리 맛이 있을까. 물건은 누군가가 쓰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머리나 생각은 자신이 쓰지 않으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조차도 그럴 것이다. 나누는 것이 어디 머리만 있겠는가만 마음도 웃음도 미소도 있음이다.

무덥고 후텁지근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시원한 내 웃음 사이소’ 하고 외치면 지나가는 사람이 우스워서 따라 웃을 것이다. 신호등 앞에 서 있는 커다란 그늘막이 웃음 우산인 듯 쉼과 웃음을 나누어주고 있다. 빈손이어도 반갑게 미소지어주는 부자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좁은 공간을 빌려 쓰는 것이지만 그냥 고맙다. ‘자주 오면 뭐가 있는가 아니면 뭐가 생기는가?’, ‘생기긴 뭐가 생긴다고 그래, 정이 쌓이는 것이지.’

만두를 맛두로 읽어 보면 어떨까? 정말 만두가 맛있다는 느낌이 팍팍 올까? 생각의 틀을 바꾸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모순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모순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아닌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도 세월이 지나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하는 방해물로 변하기도 한다. 고정관념 또한 그렇다. 그래서 그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창조적인 발상을 거듭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리라.

참신한 기획과 새로운 발상 그리고 엉뚱한 생각들이 우리의 삶을 늙지 않게 한다. 지금은 우레같은 박수를 받는 말조차도 한 달이 체 지나기도 전에 꼰대 같은 말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늙은 꼰대 선생이 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말과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늙은이와 어른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고 믿는다. 한번 쓰고 버려지면 아까운 꽃처럼, 한 번 보고 지나친 사람도 아까울 때가 있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줄임 말이다. 우리의 생각도 우리의 마음도 아나바다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녹슨 생각, 부패한 음식, 떠난 사랑을 볼 때면, 마음과 육신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 백발에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치매기 하나 보이지 않는 어른들을 볼 때면 평소에도 꾸준히 머리를 쓰고 있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 보 걷기에는 날마다 도전하면서 머리 쓰는 것에는 왜 평생 동안 게으름을 피우려 하는가?

우리가 기다리는 내일은 결코 오지 않으리, 날이 새면 또 다른 오늘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일어나는 즉시로 ‘오늘은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외쳐야 하리. 오늘이라는 귀한 선물을 받고서도 감사할 줄 모르면 그 선물은 우수마발(牛溲馬勃)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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