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지게
[수필] 지게
  • 성광일보
  • 승인 2023.07.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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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 이기종
수필가/성동문인협회 이사

바람 속으로 걸어왔어요, 지난날의 나의 청춘아.
비틀거리며 걸어왔어요, 지난날의 나의 사랑아
인생길은 빈 술잔 돌아보면 흔적도 없이
인생길은 빈 술잔
빈 지게만 덜렁 메고서 내가 여기 서있네,

[빈 지게]란 노래가 구성지게 들려온다. 시골 갔다 오는 길에 내 핸드폰에서 가수의 노래가 들리는데 농로 가에 지게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어렸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지게는 짐을 얹어 등에 지는 운반 기구로 가장 우수한 농기계 중 하나다. 집에서 준비한 퇴비 등을 밭이나 논으로 운반하여 거름을 주거나 수확한 곡물 나무 풀 등을 집으로 운반할 때 쓰는 기구이다. 

단오 이기종

지금은 토지개량 사업으로 농로가 잘 만들어 지고 시멘트까지 씌워서 길이 너무 좋아져 손수레나 자전거 자동차를 이용하므로 너무 편리해져서 지게는 사용할 일이 적어져 헛간 구석에서 썩어 가는 처지가 되었다. 논의 물고를 살피기 위해 가는 분이 자가용을 타고 가는 사람도 있는 시대다. 지금도 시장이나 역 근처에서 자기가 조속히 짐을 날라야 할 때 지게꾼을 불러 운반하고 수고비를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간편한 짐을 나르기엔 안성맞춤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매일 꼴을 베어 나르려니 지게를 지고 다녔고 농사지은 곡식을 나르느라고 지게를 지고 다녔다, 
아버지께서는 목수 일을 하셨다, 아버지는 그 시대에 선각자이시기에 생활환경을 개선하시는 일에 많은 공헌을 하셨다. 집을 짓는다든가 근방의 집을 개선하여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 밖에 가마니 짜는 기계, 베틀, 쟁기 등 각종 농기구를 만들거나 고쳐주시는 일을 하셨다.

그래서 지게를 만들거나 고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굵은 가지가 약간 위로 뻗어난 나무(소나무를 많이 씀) 두 개를 준비하여 위는 좁고 아래는 넓게 벌어지도록 세우고 두 나무 사이에 3~4개의 자연목석 장을 끼워 고정한 후 위아래로 멜빵을 만들어 대고 등에 닿는 부분에는 집태를 만들어 아프지 않도록 한다.

지게의 형태나 크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평야지방에서 사용하는 지게는 다리가 길고 간격이 약간 넓으며 산간 지역은 다리의 길이가 짧아야 산에서 내려올 때 걸리지 않게 되어 있다. 나무는 열을 가하여 구부리면 잘 구부러진다. 끝을 약간 구부린 옥지게는 산간 지방에서 많이 사용했다.

지게의 종류는 다양하다, 바지게, 물지게, 모지게, 쇠지게, 두구멍 지게, 쟁기지게 등 다양하다, 지게는 대부분 바소거리를 얹어 놓고 고정한 후 사용한다.
나는 아버지께서 벌목하시어 큰 나무는 다 가져가고 잔 나무만 많이 남아 있어  그것을 집으로 운반해야 했으니 지게를 지고 많이 오르내렸다. 대단히 힘이 들고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길이 없는 지역이나 산간 지역에서 물건을 나르려면 지게가 있어야 한다. 나 어렸을 때는 소먹이 풀을 베거나 밭에서 콩이나 팥 보리 참깨 등을 가져올 때는 지게를 사용했으니 등에서 떠날 날이 없었다. 

지게를 지고 작대기를 들고 밭 가로 다니며 작대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던 생각이 난다. 지게를 바쳐놓고 꼴을 베어 올려놓고 작대기로 받쳐 놓은 후 지게의 그림자에 뜨거운 해를 피하면서 쉬던 생각이 떠오른다.
한국 전쟁 당시 한국은 산이 높고 많으며 도로가 없고 작은 길은 굴곡이 심하여 군수 물자를 나르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산속에 숨어서 적에게 화력을 가하려니 군수 물자가 매우 필요한데 산꼭대기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웠다. 이때 나타난 것이 지게부대 노무사단이다. 고지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지게를 진 사람들이다. 이 부대의 덕으로 전쟁을 원만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미군들의 말이다. 

미군들은 지게로 군수 물자나 탄약 등을 운반 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한복을 입고 지게를 지고 편안하게 물건을 나르는 것을 병사들이 자기도 한번 해볼 것이라고 지게를 진 모습이 사진으로 남긴 것을 보니 가장 한국적인 것은 가장 세계적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19새기 말 프랑스에서 제작된 한국 소개 엽서에 지게를 진 짐꾼들이 보인다. 미국 내셔날지오그래픽지 11월 호에 실린 지게의 사진과 설명에는 한국 지형에 알맞고 양 어깨와 등에 힘을 분산시켜 조화롭게 만든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운반 기구란 것이다.

지금은 크고 작은 바퀴가 달린 끌고 밀고 하는 기계가 많이 생겨, 지게는 쓸모없는 기계가 되었다. 생활의 한 수단으로 소중하게 사용되던 지게는 박물관의 전시용으로 진열되는 물건이 되었다. 
농사 방법이 변하고 힘을 덜 들이고 운반하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니 그 옛날 소중하게 사용되던 물건들이 사라져가는 아쉬움과 세월의 흐름에 따른 빠른 변화에 오묘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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