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 단상
귀걸이 단상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07.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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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 논설위원
송란교

아름다움과 부의 상징인 귀걸이를 보면서 귀인과 걸인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출근길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멍때리며 생각 해본다.

귀걸이를 장식용으로 사용한 역사는 기원전 3천 년 전으로 추정되며, 가장 오래된 귀걸이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도시 우르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인류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수메르에서 이러한 보석이 나왔다는 것에 견주어 볼 때, 아름답게 보이려는 본성은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있었음이다. 오래전에는 여신(女神)의 지위를 갖기도 했으며 부적(符籍)의 의미를 지니기도 했고, 최근에는 권위나 부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귓불에 매달린 아름다운 귀걸이 덕분에 몇 년은 더 젊어 보인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그런데 한여름에 치렁치렁 능수버들 가지 처지듯 목까지 흘러내리는 귀걸이, 땀 냄새 자욱한 지하철 안에서 내 코밑에 매달려 있으니 이를 어쩌나. 아름다움이 지나쳐서 다른 사람에게 걸리적거림을 안기고 있음이렷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본성을 어찌 나무랄 수야 있겠는가만, 외적 아름다움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귀걸이를 마음속 깊은 곳에 달아 놓으면 누가 바라볼 것이며 어찌 아름답다 여길 것인가. 하지만 20여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콧구멍은 물론이고 눈동자도 어디를 향해야 할지 조금은 불편한 시간을 함께해야 했다.

국가나 단체의 유공자로 선정되면 금전적인 것을 포함하여 알게 모르게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에게는 일시적인 보상이나 배상이 주어 지지만 유공자에게는 당사자는 물론 유족에게까지 상당 기간 지원이 이루어지고 그 명예를 오랫동안 기리게 된다. 유공자는 사회나 민족, 단체를 위해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기에 수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본받게 하려고 공적 조서를 쓰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 이런 공적 조서나 명단을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하는 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거짓 유공자와 거짓 공적 조서는 진짜 유공자들을 서글프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기려야 할 공의 가치마저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유공자를 죄인이라 낙인을 찍는 일이 아니라면 왜 공적 조서가 공개되면 안 되는 것일까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자랑할 수 없는 행적이 어찌 공적이라 할 것이며 어찌 유공자라 할 것인가? 함께 칭송하고 함께 기려야 할 가치를 내 편만을 위해 너무나 쉽게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 숨어서 칭찬받으려 하는 것일까? 공적 조서는 포상(褒賞)과 표창(表彰)의 기본이 되는 것이지 숨겨둬야 하는 죄상(罪狀)은 아닐 것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귀걸이가 남들이 흉하다 하면 이를 어쩌나? 그런 귀걸이라면 누가 매달고 다니려 하겠는가? 공적 조서가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 받는 범죄 조서로 둔갑을 한다면, 누가 감히 유공자인데 하면서 공적 조서를 내보이려 하겠는가. 꼭꼭 숨겨 두어야 할 창피한 일이라면 어찌 유공자의 공적 조서가 되겠는가 말이다.

극소수만을 위한 특별한 법을 만들어 놓고서 그 법 위에 올라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면서 공익을 담보한 정정당당한 법이라 우기고 싶은가? 내 편만 끼리끼리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세상 밖으로 들춰지는 것이 두려운가? 곳간에 세워둔 쌀뒤주에 몰래 숨어 들어가 쌀을 축내고 있다 주인에게 들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생쥐 꼴인가?

목이 터지도록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외쳤던 잠들지 못한 원혼을 달래려 이런 법을 만들었을 것인데, 모두가 동의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법이 제정되면 좋겠다. 국민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할 선한 가치가 일부 사람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음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하지?’와 ‘내가 안 해도 누가 하지!’라고 편이 갈리면,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후배들이 못된 것만 배운다고 나무라기 전에 못된 짓만 가르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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