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를 찾아가다(4)
[소설] 나를 찾아가다(4)
  • 성광일보
  • 승인 2023.07.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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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당
소설가
성동문인협회 소설분과장
김근당
소설가

나는 출입문 가까이 있는 식탁에 앉아 자장면을 시켰다. 읍내의 중학교에 다니면서도 몇 번 먹어 보지 못한 자장면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자장면을 먹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자장면을 먹는 동안에도 손님이 들어오고 배달 전화가 걸려 오고 둘은 바쁜 것 같았다. 이곳에서 아주머니를 도와준다면...,  

나는 생각했다. 가족같이 지낼 수 있다면 학교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자장면을 먹는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침도 못 먹었나? 쯧쯧.'

나는 부끄러웠다. 아주머니가 친절한 것 같았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속에 있는 말을 했다.
'학교? 그럼, 일만 잘하면....보내 줄 수 있지.'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승낙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하던 사람이 나가 구하는 중이라고, 주방 뒤에 방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저씨도 반가워했다. 운이 좋은 셈이었다. 나는 그만큼 열심히 일했다.주변의 시장통에 배달도 부지런히 하고, 손님 서비스며 식재료 다듬기 등 주방 보조 일까지 했다. 

그러나 일 년을 그렇게 일했지만 학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바빴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해야 했고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처음과 달랐다. 돈도 용돈에 조금 더 보태 주는 정도에다 학교는 보낼 생각도 하지 안았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아저씨는 여전히 바쁘다는 핑계뿐이었다. 밤에 공부를 하려 했지만 지친 몸에 쏟아지는 잠을 감당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수없이 떠올랐지만 책을 펼치고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앉은뱅이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잠을 자고 있었다. 꿈속에서는 학교를 찾아 헤매었다.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한잠을 헤매도 언제나 그 자리였다.

쓰러진 나무가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등치가 어른 다리통만 하고 길이가 제법 긴 나무였다. 파인 흙에 뿌리를 드러낸 채 길게 쓰러져 있는 나무줄기는 부러지고 남은 가지와 튀어나온 바윗돌이 받치고 있어 허리에 닿을 정도로 누워 있었다. 몸통은 물기가 빠져 바짝 말라 있지만 비탈 밑으로 처져 있는 죽은 가지들 사이에 잎아 파릇하게 올라온 새 가지가 솟아나 있는 것이 보였다.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보고 싶기 때문일까, 뿌리 한 가닥이 아직도 흙에 묻혀있는 나무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앞날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북경반점에서는 죽은 나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 무렵이었다. 
'학생! 몇 살이지?' 
'.......'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 같은데....'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욕과 배갈 2병을 배달 간 사무실이었다. 나는 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가끔씩 배달을 시켜 먹는 아저씨들이 잘은 모르지만 선한 사람들 같았다. '선한 택배'라고 작은 간판이 붙어 있는 사무실이기 때문이었다. 책상 하나와 큰 테이블, 의자 몇 개가 전부였다. 사무실 안쪽으로 작은 마당이 있고 지붕만 덮은 창고에 커다란 화물들이 얼마간 쌓여 있기도 했다. 
'아침에서 밤까지 일하고.... 학교에 갈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학생,' 

얼굴이 까맣고 동남아 사람같이 생긴 아저씨가 말했다. 나는 자장면 그릇을 테이블에 놓다 말고 그를 보았다.
'학생! 우리 사무실에서 일해 볼까? 배달은 오후나 밤에 할 수도 있고....학교에 갈 수도 있으니까.'  
사장인 듯 검은 양복을 사람이 이어서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예1 아저씨, 정말입니까? 공부만 할 수 있으면요,'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배달도 어렵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작은 소포였다. 하루에 한두 번 책을 옆구리에 끼고 가듯 지하철을 타고 가 지정한 주소지에 지정한 사람의 이름을 만나 전해 주면 되었다. 또 한 사람 건강한 아저씨는 커다란 포장 물품을 싣고 차를 몰고 다녔지만 시키는 일은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 교과서와 참고서를 사서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도 잘 되었다. 가까이 있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다 사장이 사 준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면 사무실에 가서 소포를 받아 전해 주면 되었다. 잠은 사무실에 딸린 방에서 잤고 밥은 시장 거리에서 사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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