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쥐
[성동 詩마당] 쥐
  • 성광일보
  • 승인 2023.08.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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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시인/성동문인협회 회원

부드럽게 공중을 휘는 꼬리
나무들 따라서 가지를 휜다.

가지마다 봄밤을 환하게 밝히던 꽃잎
꽃 떠난 자리마다 말똥거리는 쥐 눈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빛이
봄과 여름 사이 기형이라는 
신생의 시간을 안내한다.

길고양이 눈을 피해 모두 기어올라 벚나무 가지가 휘겠다.

쥐 눈 따먹는 부리들
찍 찍소리에 반들반들한 윤기

뾰족한 앞니 보고 뒷걸음치는 벌레울음
유월이 바닥에 까맣게 떨어져 있다.

바람에 굴러 떨어지는 계절
달콤하게 익은 법을 배운 쥐 눈 알
검붉은 생각에 물 들은 하늘

지난 시간 거실에 내려놓고 보니 
쥐 한 마리 따라와 컴퓨터 앞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이옥
시인/성동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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