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과 공존동생을 생각하다
각자도생과 공존동생을 생각하다
  • 성광일보
  • 승인 2023.09.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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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요즘 들어 기존의 가치관을 일순간 무너뜨리는 일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 아닌 각자도생을 지극히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공동체를 우선시하기보다 각자의 홀로서기를 더 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지 조직이나 이웃을 내가 왜 챙겨?

각자도생(各自圖生)은 개인의 삶과 가치관을 존중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 고유한 존재이며,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모방은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자아의 정체성을 잃기 쉽다.

각자도생이란 말은 흔히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반면, 공존동생(共存同生)은 함께 생존하고 같이 살아나감을 말한다. 공존공영이란 말도 함께 쓰인다. 사회구성원의 일원이면서도 혼자이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공존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어색하게만 들린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은 사물의 근본이 서면 도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뜻으로, 기본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이 생김을 이르는 말이며, ≪논어≫의 <학이(學而)> 편에 나오는 말이다. 정본청원(正本淸源)은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으로 《한서(漢書)》의 〈형법지(刑法志)〉에 나온다. 경천위지(經天緯地)는 천지(天地)를 경위(經緯)한다는 것으로, 천하를 베의 날줄과 씨줄처럼 체계를 세워 바르게 경영한다는 의미다. 경위는 직물(織物)의 날줄과 씨줄을 의미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생각들이 씨줄과 날줄로 잘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천으로 수놓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만취한 상태에서 길을 걷는데 시커먼 아스팔트가 갑자기 일어나서 내 뺨을 때리더라’라는 술꾼들의 우스게 소리는 들어보았으나, 어느 학부모가 자기 자식의 손이 다른 학생의 뺨에 맞았다고 악을 쓰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그 학부모는 아마 술독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진정한 주견(酒犬)인가 보다. 어떤 학부모는 자기 자식이 ‘왕의 DNA를 지녔다’라며 선생님을 오히려 나무라며 하대하는 경우까지 발생했었다. 보름달을 보고 ‘멍멍’ 밤새 짖어대니 이를 어찌할꼬? 상식이 곧 비상식이 되고 몰상식이 곧 상식으로 둔갑하면 정상인인들 어찌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베는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엇갈리면서 짜게 된다. 세로줄을 날이라 하고 가로줄을 씨라 한다. 날실 사이를 북에 담긴 씨실이 지나가면서 천이 짜지는 것이다. 이때 씨실이 한 올 한 올 잘 먹어 들어야 천이 곱게 짜진다. 우리의 삶은 마치 베를 짜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생의 결말은 잘 짜진 옷감과 같은 것이다.

태생적인 요소, 성장기의 경험, 부모나 가정의 영향, 선생님이나 친구 그리고 직장으로부터 수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베틀의 씨줄이 되고 날줄이 되어 가로세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천을 만들어 내는 것이리라.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행동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짠 옷감이 잘못되었거나, 보기 싫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면 안 되는 것이다. 씨줄과 날줄이 순하게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베가 짜지도록 나. 너. 우리는 모두 일심동체로 합심해야 할 것이다.

바둑돌이 서로 끊어지면 삶의 도모에 급급하게 되어 몇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하지만 서로 이어져 있으면 생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한층 여유롭다. 그래서 수십 수 앞을 내다보며 최상의 수를 찾아내어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다. 씨줄과 날줄이 바둑돌처럼 끊어지지 않고 잘 연결되면 화문석(花紋席) 같은 아름다운 명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 혼자만을 위함이 아닌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씨줄로 맺어진 부자지간이요 날줄로 이어진 형제지간이니 아름다운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으렷다.

화재가 발생한 식당 안으로 홀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한 우즈베키스탄인, 차량전복이 발생하자 주변을 지나던 운전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전복된 차를 일으키고 운전자를 살려내는 감동적인 뉴스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래서 희망이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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