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에이션(Situation)의 미학은 1%의 관심에서 출발한다
시추에이션(Situation)의 미학은 1%의 관심에서 출발한다
  • 성광일보
  • 승인 2023.09.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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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철학자 김천우의 세상 읽기•17
 김천우

1%의 무관심이 승패를 결정짓는다.

“대업을 성취하려면 기초·기본에 충실해라.” 이 말은 바다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냇물과 강물이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빗방울이 바다에 곧장 내리는 경우도 있으나, 통상적으로 단계별(Step by Step)을 강조할 때, ‘빗방울-시냇물-강-바다’ 등이 인용된다는 사실은 기본 상식이다.

21세기 조직 사회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팀을 보유하려면 무엇보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고충과 아울러 고객의 불편 사항을 동시에 간파해야 할 것이며 고객과의 소통은 곧 세상에 탄생시킨 신상품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

예쁘고 말 잘하는 앵무새와 여주인이 있었다. 워낙 말솜씨가 빼어난 앵무새였기에 주인이 애지중지하는 보물 1호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날씨가 더워 여주인은 집에서 옷을 벗고 욕탕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 광경을 본 앵무새가 “나는 봤다. 나는 봤다.”라고 연이어 말을 했다. 다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역시 앵무새가 “나는 봤다. 나는 봤다.”라고 여주인을 놀려댔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놀림에 화가 난 주인이 앵무새의 머리털을 싹둑 잘라버렸다. 그러자 놀란 앵무새가 말문을 잃었다.

갑자기 띵똥띵똥 울린 벨소리와 함께 택배 기사가 집안에 들어와 우편물을 여주인에게 전달했다. 여주인이 고맙다고 팁(Tip)을 주자 택배 기사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답례 인사를 공손하게 했는데 기사의 머리가 대머리인 것이다. 그 대머리를 앵무새가 보자마자, “너도 봤구나. 너도 봤구나.”라고 다시 놀렸다. 영문을 모르던 택배 기사는 오히려 ‘앵무새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친구’라고 입소문을 내고 다녔다. 옆집에 혼자 사는 중년 여인이 이 입소문을 듣고 앵무새 암수 한 쌍을 거금을 주고 집안에 들여 놓았다. 그런데 앵무새가 하루가 지나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안달이 난 중년 여인은 앵무새를 산 회사에 전화를 걸어, 요모조모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사로부터 앵무새가 거주할 집과 놀 수 있는 그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약속을 받아냈다. 3일 후, 집과 그네가 택배로 우송됐다. 집과 그네가 왔는데도 앵무새 커플은 여전히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름시름 앓는 것처럼 기운이 없어 보였다. 다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따지려 했으나, 통화 중이라 저녁 무렵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회사 고객 상담실에서 “그렇게 힘이 없어 보이면, 앵무새에게 밥과 물을 제대로 주었느냐?”는 물음에 중년 여인은 “밥과 물은 오던 날부터 준 일이 없다”라고 답변하였다. 이 답변에 아연실색한 회사 고객 상담 직원은 “앵무새에게 밥과 물을 주는 것은 기초, 기본적인 1%의 관심인데 좀 심하다.”면서 “그럼, 우리 회사에서 앵무새 사료와 음료수를 보내줄 테니 3일 정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중년 여인은 당황해서, 앵무새들을 바라보았는데 이미 날갯죽지를 접고 싸늘하게 변한 뒤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너무 큰 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작은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예화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우리 예술인들 역시 고객들을 고려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생각할 시기가 되었다. 고객 중심이 아닌 생산자 중심 모드(Mode)였다면, 당장 정정해야 할 것이다. 광고를 아무리 찬란하게 하더라도 실제 애용하는 독자들의 가슴속에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순간, 그 문학적 생명력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인류 역사상 위대한 스승인 공자, 석가모니, 예수, 마호메트 같은 존재가 살았던 시대를 ‘추축시대(樞軸時代, Axialage)’라고 불렀다. 이들이 살았던 시대가 역사라는 거대한 바퀴를 굴리는 축과 같은 시대라는 것을 뜻한다.

야스퍼스가 추축시대로 부른 그 시대에 유라시아 전 지역에 유목 침략자들에 대한 문화적 반응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유목민들이 농경 정착민들을 침략함으로써 문명 발상지에서 윤리적, 반성적 사고가 자생적으로 생성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유목 문화에 대한 정착 문명의 반동적 성격인 것이다. 추축시대를 주름잡았던 거대한 담론의 시대가 변화하여, 인간의 사상이나 정신 보다는 하이 테크닉과 기술 중심 시대로 완전 탈바꿈한 것이다. 농경 사회로 상징되는 정착민 시대가 열성 인자로 무력화되고, 오늘날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노마드(Nomad), 일명 ‘디지털 유목민’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의 유목민들은 과거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거인들이 아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고 힘없는 육체에 깃든 정신으로 밤낮 웹 서핑을 즐기는 존재들이 21세기의 유목민이 되었다. 대륙을 횡단할 말이 없고 적과 싸울 창과 방패 역시 없다. 육체가 없는 가상의 공간에 존재할 뿐이다. 미세한 터럭보다도 가벼운 존재들이다. 그러나 거인들의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몸놀림을 능가할 뿐 아니라, 빛의 속도보다 빠른 생각의 속도로 상상심(想像心)을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아는 시추에이션(Situation)의 달인(達人)들인 것이다.

소통은 상하좌우 어느 방향이든지 가능해야 한다. 고객(독자)이 비록 회사 홈피 게시판이나 고객 상담실에 작은 불편함을 호소해도, 그것은 분명 귀담아 들어야 할 작은 여론이다. 신문·방송에 보도되지 않는 작은 여론을 주목해야 한다. 그 여론은 제품의 1% 충전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는 리얼리티를 제공한 셈이다. 그럼에도 그 1%를 주목하지 않고 생각의 차이로 방치한다면, 그 1%가 모여 회사 신뢰도를 잃게 만드는 주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이다.

상대 업체의 허점은 경쟁 업체의 좋은 전략 상품에 이용(비교 우위 광고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점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탄력적인 마인드를 구축해야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신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수비 바둑의 대명사인 이창호 명인의 대국에서 끝내기 바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대방이, 반집 승부로 지는 경우를 종종 볼 때가 있다. 바둑의 끝내기는 1% 관심의 미학이다. 즉, 시추에이션(Situation)의 흐름을 잘 간파하고 있는 절정의 미학인 것이다.

http://cafe.naver.com/chunwu777(월간 『문학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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