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굴 구경
[수필] 동굴 구경
  • 성광일보
  • 승인 2023.09.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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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백중
수필가/성동문인협회 이사
윤백중

지방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시골길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거북이걸음으로 변했다. 하노이에서 4시간을 달려 하롱베이 가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과 수백 명이 대기할 수 있는 선착장은 현대화된 시설로 선진국을 생각하게 했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선착장이나 휴게실이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길가에서 기다리다가 비탈진 길로 내려가 배를 탔는데 많은 불편을 겪었던 생각이 났다.  지금은 갑판시설도 잘 되어 있어 수십 척의 배가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승선 계단도 잘 만들어져 배 타기가 아주 편리해졌다. 100여 명이 탈수 있는 유람선 내부 구조도 좋아졌고 선상 갑판도 여러 가지 안전시설을 해서 전에 탔던 배와는 비교가 안 되게 좋았다. 일행 40여 명이 목적지인 하롱베이를 향해 선착장에서 출발했다. 바로 가면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중간중간 구경하며 가니 두 시간은 걸린 것 같다.

중간에 촛대 같은 바위가 있다. 물이 빠지면 삼발이로 밭쳐 놓은 것 같은 바위가 너무 잘 생겨서 베트남 화폐 뒷면에 올라있다고 한다. 갑판 위에서 바위 구경을 하고 선실로 내려오니 이곳에서 잡히는 해산물로 점심을 차렸는데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꽃게 바닷가제 전복을 비롯하여 싱싱한 여러 가지 생선회 등이 푸짐했다. 음료수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남녀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건배를 하며 즐기는데, 갑판 위로 올라오라는 긴급 호출이 왔다. 모두 포만감으로 즐거운 시간에 갑판 위로 올라가니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바위가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배가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니 두 바위는 가까워지며 조금 지나니 남녀의 입맞춤과 같은 장면이 된다. 속칭 키스바위라고 한단다. 배는 서서히 키스바위를 한 바퀴 돌며 바위의 변화무쌍한 장면들을 보았다. 생선도 되고, 호랑이 머리도 되고... 주변의 여러 바위와 섬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마 후 배가 정박하면서 넓은 갑판으로 내리라고 했다. 앞에는 4인승 보트 수십 대가 대기하고 있다. 나누어 주는 구명복을 입고 보트를 탔다. 낮은 수심이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바다다. 주변을 돌면서 구경하는데 노 젖는 노인은 조금 위험한 행동도 하고 익살맞은 행동을 하면서 산 밑에 동굴을 통과한다는 신호를 하기도 했다. 산 아래 뚫린 터널을 통과하여 다음 산의 터널도 지나는 관광코스인데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기대해도 좋다는 얼굴 표정이다. 그러나 터널 근처까지 와서는 뱃머리를 돌렸다. 물이 빠지고 터널이 육지가 되어서 배가 통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바닷물은 하루에 6시간 단위로 두 번 들어오고 두 번 나가는 지구의 자전을 모두 알지만, 날짜와 시간대에 따라 굴을 통과할 때도 있고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우리 일행은 통과할 수 없는 날에 배를 탄 것이다. 바닷물은 음력으로 1일 전후와 15일 전후 3일이 사리 때로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나간다. 7일과 8일 22일과 23일은 조금이라 부르는데 이때는 물이 조금 들어오고 움직임도 느리며 수면이 사리 때보다 3~4m는 낮다. 우리가 양력(陽曆) 4월 7일에 하롱베이를 갔는데 이날이 음력 22일 조금 때였다. 그래서 동굴을 통과하는 스릴을 맛볼 수 없었다. 4인승 보트를 타고 적당한 시간을 뱃놀이로 즐긴 후 다시 큰 배를 타고 동굴을 향해 떠났다. 한참 후 동굴 앞에서 내려 동굴을 향해 100여 계단을 올라갔다.

이 동굴은 바닷물 밑에서 만들어진 동굴이 수십만 년 전에 융기하여 지상으로 솟구쳐 올라왔다는 해설인의 설명을 들었다. 석순이나 종유석이 다른 동굴과 다른 것이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석순은 위에서 석회석 물이 떨어지면서 100년에 1밀리 정도 자라서 몇십만 년 자란 석순이 몇 미터가 되는데 이 동굴은 식물같이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형상이다.

4년 전 왔을 때는 여러 색깔의 조명을 비추어 굴 안이 장관이었고 호랑이 사자 사람 등 생물의 형태도 보았는데 이번에는 백색등 만 있었다. 동굴의 크기도 많이 좁아 보였다. 이유를 물으니 동굴이 두 개인데 몇 년에 한 번씩 변화를 준다는 설명이다. 

20여 분 구경했는데 출구가 나왔다 출구 계단을 올라 산 위를 나오니 정자가 있고 휴식처와 기념품을 파는 몇 개 점포가 있다. 160여 계단을 내려오니 선착장이 나오고 배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육지에 나와 버스에 오르니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고속도로를 달려 하노이에 오니 저녁때가 다 되었다.
하롱배이 동굴 20분을 보려고 12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특이한 동굴을 보았으니 의미도 있고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으니 마음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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