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적 적응은 어디부터였을까?
인간의 성적 적응은 어디부터였을까?
  • 성광일보
  • 승인 2023.10.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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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광진투데이 논설위원

-책 〈욕망의 진화〉를 읽고

김정숙
논설위원

남녀간의 결혼생활을 죽을 때까지 유지한다면 한 여성과 남성은 자신이 성장했던 친족의 생활보다 더 긴 세월동안 다른 혈족의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사람과 공동의 생활을 유지하는 위대한 과업을 완수하는 셈이다. 공부를 하는 것이나 돈을 버는 것이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나 자녀를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렵고도 혼란스러운 복잡계의 생활이 결혼생활이다. 그 결혼생활을 이혼으로든 졸혼으로든 중단시키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 건 한 여자와 남자가 서로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상대의 오장육부까지 이해하거나 수용하려고 애써서 일 것이다. 남녀가 만나서 짝을 짓고 화합을 이룬다는 건 “남자”와 “여자”의 글자 생김새 큼이나 상반되고도 이질적인 화합물의 결합이어서 함께 살아가는 데 대한 어떤 이유, 죽도록 사랑한다는 해맑은 이유나, 자녀문제. 혹은 경제적 이유, 자원 등의 그 어떤 요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요인이 없다면 굳이 남녀간의 심리적 복잡계를 감당하면서까지 함께 살아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책 <욕망의 진화>는 인간 남녀의 사랑, 연애, 섹스, 결혼등 한 이불 아래 동상이몽을 꾸는 두 욕망의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미국 택사스 대학의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버스가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썼다.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역사를 성적 본능의 입장에서 파헤치고, 남녀의 심리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성적 욕망을 드러낸다.

책은 사랑과 섹스, 유혹과 갈등, 결혼과 이혼, 정절과 부정 등의 인간의 보편적 속성에 관한 일반적 통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 여성이 읽으면 충격적인 내용이 많아서 분노와 반감이 드는데, 읽는 내내 인간의 본능이 이성을 지배하는 내용에 닿을 때마다 불쑥불쑥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워낙 방대하고도 심층적으로 분석한 통계적 자료와 샘플이 제시됨에 따라 본능에서 나온 행동으로 인하여 여성과 남성의 생각과 행동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적용하여, 남녀의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와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략들을 샘플 연구를 통하여 밝히기도 했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짝짓기와 연애, 섹스, 그리고 사랑은 근본적으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한다. 바람직한 배우자 후보감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짝짓기 전투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성공적으로 짝짓기 하는 데에는 여러 특정한 적응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 기제가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은 남녀가 역사적으로 짝짓기 과정에서 부딪혀 왔던 적응적 문제들을 파헤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해 온 복잡한 성 전략을 알려준다.

600페이지에 닳는 방대한 벽돌책은 인간의 쾌락과 관련된 성을 다루는 면에서 심리적 유혹과 흥미를 유발한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책의 후반부로 갈 때쯤엔 살짝 지루한 면도 있으나 그럴 때 마다 통계적 자료와 인간의 물리적 진화 과정을 이해시키는 내용들이 나와서 끝까지 읽게 되는 묘한 진득함도 유발한다.

인간의 욕망 중 가장 강력하고도 폭발적인 욕망은 성욕일 것이다. 성과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드라마의 주제이기도 하고 가장 강력한 예술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짐승의 나체보다 인간의 벗은 몸을 그려 놓은 그림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것도 인간의 “성”이라는 것이 워낙 강력한 욕망이기에 태고이래 짝을 이루며 자손을 번식시키고 인류가 존속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장장 600페이지나 되는 책이 2007년부터 시작하여 37쇄를 찍을 만큼 대중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인간의 “성”이라는 것은 그 기원이 오래도록 유구하여 우리 모두에게 적응되어 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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