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순우리말 배우고 익히기(상)
[수필] 순우리말 배우고 익히기(상)
  • 성광일보
  • 승인 2023.10.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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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박
수필가/성동문인협회 부회장
김종박
수필가

1검, 2얼쑤, 3아람치, 4풀땜질, 5왜뚜리, 6겨끔내기, 7가다루다, 8온새미로, 9더넘스럽다, 10에멜무지로,
위에서 예시한 말들은 순우리말이라는 데도 나에겐 매우 생소해서 이러한 말들이 있었나 의아스럽고 무슨 뜻인지도 거의 감이 잘 오질 않는 낱말들이다. 아마도 이를 접한 많은 사람도 나와 거의 동감이라고 느낄 거란 게 필자만의 외곬된 생각일까?

들머리 낱말들을 풀이해본다.
1신神, 2최선책, 3소유所有, 4미봉책, 5큰 물건, 6교대交代, 7경작하다, 8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 9정도 이상으로 크다. 10억지로 준비 없이 마구, 낱말 풀이를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 여느 말처럼 헤아림의 가름이 오는 것도 있지만 어느 말은 순전히 새롭게 배워야 하는 낱말들로 여겨진다. 

3년 전 칠순 자축 기념으로 작은 수필집을 낸 일이 있다. 그리고 그 졸저의 행간에 수필이 아닌 시작詩作에 나름 새로운 관심을 쏟아 나의 문학 지평을 좀 더 넓히는 100세 시대의 남은 삶의 장을 열어가겠다는 어쭙잖은 의지를 새겼었다. 시작詩作하기에 앞서 준비과정으로 나는 시 공부詩工夫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인으로부터 직접 사사 받거나 학교 혹은 각 문예원의 문학 강좌 수강 등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자학自學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선 몇 권이라도 직접 시집을 사 보기로 한 것이다. 나의 문학 길 위엔 증정 받은 무료시집 외에는 스스로 시집을 직접 사들여본 경험 없이 덧없는 30년의 세월이 빛 잃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고서, 문인으로서의 나 자신이 무화無化됨을 처절하게 깨달으면서 말이다.

서점에서 처음으로 타고르의 《길 잃은 새 Stray Birds》, 민음사의 《세계의 명시》그리고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여러 권의 국내외 시집과 김동수 《시적 발상과 창작》의 시론집도 사와 한불재의 서가에 정성스레 꽂아놓았다. 그리고선 수시로 그것들을 읽고 또 읽어보고 베껴 써보고 생각해보는 일을 거듭해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문인으로서 정기구독중인 《월간문학》이나 동인지 《성동문학》그리고 도서관에서 보게 되는 여러 종합문학지나 문학 서적 중에서 시 분야도 이제 많이 읽어보게 되었다.  

전에는 그러한 책을 접하게 되면 수필을 쓰는 사람이라서인지 수필 분야만을 정독하고 시 등 다른 장르는 그냥 일별하거나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낸 것이 부인 못할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를 생각해서 보내준 어떤 문인들의 시집이나 소설집, 수필집들에서 그래도 수필은 읽어보지만, 그 외 시간이 되면 나중에 읽겠다고 열어 보지도 않고 서재에 버려둠으로서 애써 보내준 분들에 대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리는 허어, 글 쓰는 문인이라면 자신이 접하게 되는 문학 저작물에선 그래도 모든 장르를 읽어보아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수필을 쓰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보편적인 기본자세를 지속持續해야 할 터인데도 말이다. 

수필다운 수필도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한심한 주제에 다른 장르까지 미칠 수야 있나 하는 못난 마음도 설익게 작용했었다고 그냥 위안으로 삼으리다. 시 공부하면서 가져진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은 심연에서 뉘우침으로 곡성哭聲을 내고야 만 것이다. 만시지탄이나 인간백세를 지향하는 문인 한 분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고희대의 시 공부가 나에게 준 생각지도 못한 참 선물이라고나 할까.

시 공부를 이어가다 보니 한순간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지펴왔다. 시간이 갈수록 무겁게 나의 마음을 짓눌러와 무척 괴롭기까지 했다. 시인들이 빚어놓은 시들에서 감동하게 되는데 특히 순우리말의 어휘에서 주는 향긋한 느낌이 그러했다. 한편의 시중에서 군데 군대의 아름다운 순우리말에서 우러나오는 멋스러운 참 묘미가 더욱 그러했다.   
더욱이 배달겨레만의 영감inspiration의 물결을 머금은 아름다운 순우리말의 감동에 젖어 음미하다 보니 어느 시인의 시구에서는 분명 토박이 순우리말인데도 그 의미가 와 닿지 않는 경우를 맞게 되었다. 

그러한 경우를 자꾸 접하게 된 것이다. 자기 지방의 사투리를 독특하게 섞어서 시의 맛을 돋우는 어느 시인의 방언 시는 어떻게든 거의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순우리말 어휘를 훌륭하게 구사해서 지은 역작들은 그 어휘의 뜻을 몰라 시 전체가 주는 뜻과 함의含意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오는 답답함과 낭패감을 접하는 기분이란 정말 최악이고, 그 시를 지은 시인들에게도 미안하고 이건 도리가 아니라는 나의 못 미침에서 오는 쓰라린 괴로움이 밀물처럼 일어 왔다. 이른바 문학을 하는 내가 우리말에 이렇게 못 미치는 숙맥이라니, 우리말을 창수創授 해주신 단군성조의 배달겨레 후손으로서 참 창피하다는 생각과 이에 따른 깊은 반성이 동시에 나의 빈약한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왔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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