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을 버릴 배짱은 있는가?
익숙함을 버릴 배짱은 있는가?
  • 성광일보
  • 승인 2023.10.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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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익숙한 것으로 부터 벗어나려 하면 두려움이 앞서는가? 서툶이 가로막는가? 불편함이 짓누르는가? 낯섦과 마주할 용기와 배짱이 있는가?

무의식적인 익숙함에 속지 말자.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어색함에 불편해하지 말자. 해보고 싶은 호기심은 분명 두려움을 떨치고 배부른 상상은 행복을 부를 것이다. 무언가에 도전하려 할 때,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면 주저함이 앞선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기보다 시도하고 도전하면 배움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고 또 다른 익숙함이 몸에 밴다. 어색함도 불편함도 자주 마주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친해진다. 익숙함은 곧 편안함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형성된 습관적인 행동을 단숨에 바꾸려 하면 이미 투자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안 해본 것을 안 하면 정말 못하게 되고,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끝내 안 하게 된다. 세상을 살면서 아는 것만 하려 든다면, 해본 것만 하려 한다면, 경계선 너머에 수북이 쌓여있는 새로운 것들을 언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며 언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시선에 펄떡거리는 상상의 햇살을 입혀보자. 녹슨 나사못에 윤활유를 부어 보자. 그리고 묶인 매듭을 풀어 보자.

마틴 매도스는『익숙함을 지나 두려움을 넘어』에서 “묻지 않으면 대답은 항상 ‘노’다 ”라고 했다.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는 항상 영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는 항상 꽝이다.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확률은 언제나 제로다. 한 발짝도 떼지 않으면 항상 제자리에 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사람이 앞서 가버리면 ‘나’는 어쩌면 뒤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익숙함에 안주하게 되면 새로움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려 하면 생각이나 사고가 자유롭게 된다. 습관은 어떤 행동이 몸에 밴 오랜 시간의 흔적이다. 습관은 몸에 새겨진 생활 리듬이고, 무의식에 각인된 행동의 패턴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빚고, 한 사회의 규칙과 통념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된다.

‘나를 가로막는 것은 나밖에 없다’라는 김새해 작가의 말처럼 지금의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현재의 익숙함이다. 익숙함을 버린다는 것은 조금 더 편해지고자 하는 유혹을 물리치고 전인미답의 길에 도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평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한동안 바람이 불었던 비트코인 열풍, 지금 불고 있는 주식투자 바람 등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두려움) 신드롬은 아닐까? 유행에 뒤처지는 두려움, 조직이나 단체에서 소외되는 두려움이나 불안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초조감,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큰 부자가 될 기회나 다른 사람들에게 내세울 만한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가을 산을 온통 단풍잎으로 뒤덮는 듯하다. 형형색색의 사람 단풍은 무어라 부를까?

누군가 돈을 벌었다 하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 한다. 그래야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진다. 돈을 벌거나 잃는 것은 차후의 문제다. 좋든 나쁘든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 할 소냐 하면서 불빛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을 닮아 간다. 하루살이의 대장이 되려 한다.

벼락부자가 되는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면 끝장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 깊이 새긴다. 그러나 그들이 내뱉는 말 속에 값진 정보도 있겠지만 대부분 모두 철 지난 빈 깡통 소리만 요란한 경우가 더 많음이다.

제품을 판매할 때 제품 공급량을 줄여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마케팅기법을 자주 볼 수 있다. 매진 임박, 한정수량, 판매시간 곧 종료, 지금까지 이런 가격은 없었다? 등등. 팔랑개비 귀를 가졌다면 그 말을 교본으로 믿고 따른다. 그러다 보면 FUD(fear uncertainty doubt, 불확실성의 두려움)에 함몰되어 안절부절 걱정 선수가 된다. 이슈가 터지면 더 하락하지는 않을까 하면서 불안에 떤다. 갈수록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한 의심의 저주가 시작된다. 나는 나만 믿고 너는 너만 믿는다면 우리는 누굴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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