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순우리말 배우고 익히기(하)
[수필] 순우리말 배우고 익히기(하)
  • 성광일보
  • 승인 2023.10.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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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박
수필가/성동문인협회 부회장
김종박/수필가

그러던 중, 나는 순우리말을 지키기에 온 힘을 쏟는 분들이나 모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음을 인터넷 검색으로 다행히 알게 되었고 시를 읽다가 순우리말에 막히게 되면 즉석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그 막힘을 푸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순 우리말글 사전을 사서 곁에 항시 두고 공부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들머리의 순우리말들도 박남일 지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 사전》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말하자면 외국어인 영어 공부를 시작 할 때 사전에서 그 단어의 음운인 알파벳을 찾아 의미를 알아보고 그 단어의 스펠링을 일일이 암기하면서 힘들게 영어단어를 배우고 익혔듯이, 난 우리말 풀이 사전에 실린 대줄가리나 여줄가리의 낱말들을 하나하나 배우면서 익혀가고 있는데, 여러 번 암기하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영어단어 하나를 완전히 알게 되는 것처럼 어떤 낱말은 순우리말인데도 한 번 만에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처럼 힘들여 반복해야만 오롯이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희한한 체험을 하게 됐다. 시간을 들여 반복 공부를 해야지만 우리말을, 순우리말을 제대로 알기에 이른다는 것을 한글 민족 배달겨레의 후손으로서 늦게나마 소중한 시 공부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야말로 매우 다행스런 선물이 됐다고 자평해 본다. 그러면서, 1443년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1397~1450)께 시공을 뛰어넘는 뜨거운 고마움을 느끼게 됨은 불문가지이다. 

우리 배달겨레의 참 혼이 배어 있는 우리말 소리에 딱 들어맞는 우리글을 몸소 지어주어 아름다운 순 우리말이 글자로도 계속 남아 있게 해준 큰일을 배달 후손들을 위해 고이 남겨주셨기 때문이다.
예컨대, 필자가 태어난 동네 이름이 전라도 두메산골의 하나인 '먹 골'인데, 어릴 제 고향 어르신들이 '먹골'이라 부르면서 입학통지서나 주소에는 '梧桐/오동' 이라 써 왔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즉 같은 말을 훈독訓讀과 음독音讀한 것인데 ‘梧桐’으로 쓰고 한자식의 ‘오동’으로 읽지 않고 ‘먹골’로 읽은 것은 훈독이요, 때로는 한자음漢字音 그대로 ‘오동’으로 부르는 음독을 병행하기도 하였다. 융통성 있는 방법을 택해 당시에 통용됐던 아름다운 순 우리말을 지금까지도 보존해 주는 단초를 제공해 주신 분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우리말은 9천 년 전의 환국桓國시대부터 있어온 언어이기 때문에 열정적인 누군가의 탐구 노력이 몰두 된다면 세종 이전의 문자인 가림토 문자 등의 자료를 찾아내는 기적적 쾌거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 바탕에서 우리 고대어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면 배달겨레에 빛나는 순우리말을 새롭게 발굴해내는 큰 성과로 이어져 더욱 풍성해지는 순우리말 잔치판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샹폴리옹(1790~1832)의 집요한 언어 연구가 결국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해내서 3,500년간 잠자고 있었던 고대 이집트 문명의 베일을 벗기게 됐고 그 찬란한 진상眞像을 세계 만천하에 선물해 주었듯이 말이다.
문학 등 한 나라의 문화적 힘은 그 나라 말의 어휘 수와 그 어휘의 세련된 정도로 판가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말은 어휘의 총량은 많은 편이지만 그중 열 가운데 일곱이 한자어라고 한다. 게다가 나머지 셋도 안타깝게도 일본말이나 영어 같은 외국말의 때어 절어 있음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피하기 어려운 역사적 배경이 있었음을 지나칠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지배층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자어나 일본말, 그리고 영어를 우리 말글사이에 마구 끌어들인 것은 민중이 아니라 사대주의에 취한 일부 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 

땅별 곳곳으로 산산이 흩어진 이스라엘 민족이 2천 년이 지난 후에도 그들 조상의 터로 꿋꿋하게 돌아와 이스라엘을 제국帝國한 것은 어렵고 서러운 타국살이를 하면서도 그들이 끈질기게 견지해온 히브리어의 덕이 주효해 음에서, 말글에는 민족의 얼이 배어 있기에 말글은 다함이 없는 위대한 힘을 지니게 된다는 놀라운 사실史實을 특히 말글을 도구로 삼는 우리 문인들은 본보기로 새겨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6천 년 배달겨레의 참 얼이 올올이 배인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잘 갈고 멋지게 다듬고 새로이 만들어 내기도 하여, 배달겨레에 나아가선 땅별 마을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좋은 시들을 빚어내는 시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기구祈求 해본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시작대비詩作對備차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난 오늘도 순우리말 사전을 틈틈이 보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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