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갤까 붙일까?
쪼갤까 붙일까?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11.03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수만 대의 자동차를 싣고서 이 항구 저 항구를 드나드는 화물선도 한 조각 한 조각, 수만 개의 작은 철판을 붙여야 만들어진다. 바다 위를 떠다니려면 물샐 틈 없이 붙여야 한다. 날마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수만 개의 부속품을 붙이고 연결해야만 굴러간다. 눈곱만한 제품도 소홀히 할 수 없음이다. 치열한 선거판에서 당선되려면 유권자의 표심을 한 표 한 표 금붙이 끌어모으듯 모아야 한다. 그것도 상대방보다 최소한 한 표는 더 많아야 이기는 것이다. 역사의 유물이라는 웅장한 모습의 피라미드 건축물도 수만 개의 돌덩어리를 쌓고 이어 만든 것이다. 철판 조각 하나 표심 하나 돌덩이 하나가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완성품은 어느덧 고철이 되어간다. 쓸만한 부속품들은 다른 제품으로 환생하기 위해서 조각조각 잘리게 된다. 쪼개고 합하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쓸모있는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착한 민심은 선거가 끝나면 악한 무리에게 처절하리만큼 무시된다. 왜 이것만은 고쳐지지 않을까?

단체로 하는 스포츠게임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합심 단결해야 이길 수 있다. 마음이 쪼개지면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음이다. 어려운 시국, 어려운 상대일수록 각각의 마음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야 한다. 방향성 잃은 마음을 사방팔방으로 갈기갈기 찢어놓으면 아니 될 일이다. 혼자 사냥했더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 아니던가?

자신은 떳떳하지 못하면서 짐짓 떳떳한 척 다른 사람의 떳떳하지 않음을 지적한다면 누가 그의 말이 옳다 하고, 누가 그의 말이 정답이라 말할 것인가? 온갖 못된 짓만 하다가 자식들이 그 못된 짓을 따라 하면 왜 따라 하냐 나무랄 것인가? 자식은 부모를 앞세워 배우고 따라 한다. 천사의 말, 천국의 말 보다 악마의 말, 지옥의 말을 먼저 가르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익힐 것인가. 솔선수범(率先垂範)하라 했더니 못된 것만 먼저 하려 들면 정말 곤란하다.

말이 쪼개지면 병든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마음이 잘게 부서진다. 말의 뜻이 갈리면 믿음과 겸손과 존경이 사라지고 비난과 무시와 불신만이 커진다. 말의 뜻이 갈지(之)자면 법의 잣대도 구부러진다. 물이 가는 길을 법(法)이라 하였거늘 법의 해석이 이리저리 갈리면 그 잣대는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오히려 악인의 손에 칼을 잡히는 꼴이다. 말의 뜻과 법의 잣대가 흔들리면 결국 사실과 진실은 멀어지고 거짓과 오해만 늘어나게 된다. 내 편 네 편 우리 편 말 사전이 필요하다면 분명 불통의 사회인 것이다.

귀가 시리도록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 코 앞이다. 알을 품은 황제펭귄들이 한데 모여 몸을 비비면서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酷寒)의 겨울 추위를 이겨내는 ‘허들링(Huddling)’의 지혜가 생각난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획정을 지칭함)도 벌떡 솟아나려 한다. 날이 차면 따뜻한 아랫목이나 바람을 막아주는 양지바른 곳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다.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소통이 있는 따뜻한 말, 맛있는 말일 것이다.

말이 소통의 기능을 잃어버리면, 한쪽에서는 이어 붙이려 용접봉을 하염없이 녹이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서로 떼어내려 날카로운 그라인드 날을 태우고 있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둥글납작한 무거운 망치 내리치는 소리에 귀가 먹먹할 따름이니 서로 듣는 게 없게 된다. 이쪽에서 소통하자 손 내밀면 어깃장을 놓고 저쪽에서 통합하자 마음 열면 삿대질을 일삼으면, 악마의 말이 자라서 잉꼬부부를 갈기갈기 쪼개 놓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을 쪼개고 어떻게 합칠까? 표가 되고 돈이 되면 무엇인들 못 할까. 어딘가에 숨어 구르는 정답이야 있겠지만 착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은 합하고 악한 마음 미운 마음은 줄여야만 행복이 함께 할 것이다.

해가 뜨면 만나서 함께 일하고 달이 뜨면 헤어져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삶이다. 가위는 할 일이 없으면 허리를 포개고 할 일이 생기면 다리를 벌린다. 한 송이 꽃이 아름다우면 모아 놓은 꽃도 아름다우리.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 불통제거(不通除去)와 흥리제해(興利除害)를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