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가 간다 [호동 금남시장]
학생기자가 간다 [호동 금남시장]
  • 성광일보
  • 승인 2023.11.1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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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남시장, 가려진 옛추억들을 탐방한다
-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있는 소통의 장이었다.
'1949 금남시장' 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금남시장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위에 올려 보이는 '1949 금남시장' 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스쳐 지나가며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무렵, 장터길 곳곳에서 풍기는 계절 과일의 신선한 향기와 쫄깃해 보이는 달콤한 꽈배기의 냄새, 그리고 마치 바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시원한 공기와 생선의 냄새 등 온갖 음식 냄새가 나의 코를 감싼다. 이렇게 나는 기분 좋은 시장 탐방을 시작하였다.

금남시장은 올해 80년이 넘는 매우 오래된 시장이며 골목길이 옆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로처럼 걸어가면서 탐방하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시장인 만큼 상인분들 간의 유대감은 아무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해 보였다. 시장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오래된 상인분들은 서로의 취향까지 기억하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까지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개인주의가 심각해지는 것에 따라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 점점 더 줄어드는 지금 시대에 건강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며 사람의 온기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화면에 보이는 정보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가운데 빨간색의 고추, 여러 조미료가 들어간 다색 다양한 통,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비싸진 갈색의 땅콩에 집중하며 가게를 지키는 상인분들을 보며 금남시장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리움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들어 여러 유명한 연예인들이 금남시장을 티비에서 언급하면서 한 상인분은 미디어에 노출된 상권에만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였고 다른 가게에는 발길이 멀어지는 것이 우려가 된다고 하였다. 시장 내에 안 보이는 격차가 생겨 이전과 같은 시장 분위기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시장길이 정돈되어 있지 않으며 주변에 경쟁상권인 대형마트나 음식점이 생기는 것에 따라 이전보다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방문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느꼈다. 금남시장의 길거리 전체에서 물건을 팔고 많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그러한 날은 지나가고, 높은 건물이나 체인점과 눈싸움을 하는 날이 지금은 일상이 되었다.

상인분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시장에서의 가장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몇 분의 상인분들은 이렇게 답하였다. “물건이 잘 팔리는 날보다 더 좋은 날은 없다”고.

야마오카 시에 대학생기자<br>
야마오카 시에 대학생기자

내가 젊은 사람들을 대표해서 하는 말이 아닌,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풀어내면, 나에게 시장이라는 곳은 다가가기 힘든 곳이었다. 평소에 미디어를 통해 이쁘게 포장된 영상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쉽고 재밌는 요소를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에 시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심심하다, 지루하다.” 이러한 감정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느꼈다. 이처럼 시장이라는 곳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주 거시적이고 시각적인 부분에 의존하여 그 속에 있는 미시적인 부분을 놓치기 쉬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시장 탐방을 하면서 그 놓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채우면 될지 고민하였다. 나는 지금 시대에 시장이 동반해야 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는 망원경처럼 인위적으로 가까이까지 가고 왜곡된 현실을 보는 것도 아닌, 현미경처럼 보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눈'이라는 렌즈의 힘을 믿어본다는 것이다. 단순이 말하면,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온전히 느끼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상인분들 간의 대화, 바람의 소리, 과일이나 생선 등의 냄새, 낡은 간판 등 한 곳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 아닌 주변에 있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몸으로 느끼며 오감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시장의 매력이고 지금 우리가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올 때는 '1949 금남시장' 의 간판이 나에게 첫 번째와는 다르게 어떤 느낌을 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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