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달빛 재판(4)
[소설] 달빛 재판(4)
  • 성광일보
  • 승인 2023.11.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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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당
소설가
성동문인협회 소설분과장
김근당
소설가

변호사가 질문했다.
“제가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어 꾸며 내겠습니까?”

갯말댁이 반박했다.
“죽은 남편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엉뚱하게 뒤집어씌우고 있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있지도 않은 금장식품을 찾아냈다는 말입니까?”
“고분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들은 것도 아니고 꾸며 냈겠지요,”
“그러면 제 남편이 왜 쫓아 나가겠습니다.”
“증인 남편 김정수는 경찰이지만 불법도박에 연루된 적이 있지요? 그래서 삼 개월 정직까지 당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칠 년 전의 일입니다. 요즈음은 그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갯말댁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설전으로 진실을 알아내기 힘들었다. 달빛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최정 판사는 달빛을 탐문했을 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마을 멀리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빼미인지 부엉이인지 모를 새소리도 들렸다. 산 쪽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풀벌레 소리도 들렸다. 밤의 정적 속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와 가까이 작은 소리까지 확실하게 들려왔다. 환한 달빛도 한밥중의 사람이 반가운 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최정 판사는 달빛에게 묻고 싶었다. 어떻게 멀리서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느냐고. '인간의 집중력은 달빛보다 더 예리하니까요.' 달빛이 대답하는 것 같았다. 사물들 속에 속속들이 배어 있는 달빛이었다. 

'또한 당신이 생각한 대로 밤의 소리는 멀리까지 전달되는 법이지요,' 달빛이 최정 판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달빛! 그대도 증인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믿는가?' 최정 판사는 가까이 와 있는 달빛에게 물었다. '그건 인간의 일이고 우리는 자연의 본심 그대로 전 할 뿐이지요.' 달빛이 애매하게 들리는 듯했다. 먼 곳이나 바로 앞이나 똑같은 밝기의 달빛이었다. '그렇다면 달빛! 그대는 그들이 도굴했다는 고분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겠지?' 최정 판사는 가까이 있는 달빛을 붙잡듯이 질문했다.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싶었다. '그것은 인간 누구에게나 머릿속에 감추어 둔 기억이 있듯이 그날의 달빛 속에 있었겠지요, 그러니 그들이 왔던 곳을 좀 더 자세히 더듬어 보는 것도,' 역시나 애매한 답변 이었다. 경찰과 검찰이 충분히 조사했던 곳이다. 

최정 판사는 달빛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속에 있는 것을 다 볼 수 없을 것 같은 은은한 빛이었다. '그보다 어느 쪽이 더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인간의 본성을 캐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인간도 달빛인 우리와 같이 자연의 본성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달빛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정 판사는 난감했다. 어떻게 본성을 증거로 재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달빛은 그렇게 말해 줄 수밖에 없다는 듯이 정자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최정 판사는 마음이 착잡했다. 달빛의 탐문에서도 확실하게 얻은 것이 없었다. 사건 현장의 상황을 파악했을 뿐이었다. 최정 판사는 2차 공판을 기대해야 했다. 
“증인은 달빛을 좋아하는 모양이지요? 달밤에 자주 정자에 올라가는 것을 보니”

2차 공판에서 검사가 증인에게 질문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달빛과 친하겠군요, 신비로운 친구처럼 말이지요.”
 “얘, 검사님! 그날도 달빛이 도굴꾼들의 행동과 말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저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이상입니다.”

검사는 돌아서 피고인에 대한 심문으로 이어갔다. 
 “피고인! 몸싸움 현장에 있던 곡괭이는 피고인 것이 맞지요?”
 “.....”
“경찰의 사건 조사 때도 묵비권을 행사 했었지요? 법정에서는 묵비권이 통하지 않습니다.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니까요.”

검사의 다그치는 질문에 천장수가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저의 집에는 그런 곡괭이가 없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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