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인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상)
[수필] 인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상)
  • 성광일보
  • 승인 2023.11.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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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수필가/성동문인협회 회장
이규석 수필가

경복궁 영추문에서 도보로 10분이 채 안 걸리는 서촌 골목에 세종대왕의 잠저가 있었다는 표지석이 있다. 세종대왕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최고의 글자인 한글을 만든 분이고 당시 최고의 과학 기술을 태동시키거나 발전시킨 인물이시다. 한글 창제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나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당시의 장영실 외에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당시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분이 세종대왕이라고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세종대왕이 화약 생산과 이를 이용한 여러 종류의 대포 제작, 활자의 개량으로 인쇄술의 발전, 당시 최고의 산업인 농사법의 개량으로 백성을 배부르게 하는 일, 농업 진흥을 위하여 측우기를 발명으로 가뭄과 홍수에 적절히 대처토록 한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기서 앞으로 말하려는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을 확립한 임금이시다.

지금의 천문대인 간의대를 세우고 여기에 혼천의 등 천문 기구를 설치했다. 혼천의는 24절기를 정확히 측정하고 일식과 월식의 정확한 시각을 예측하여 하늘의 운행을 알 수 있는 기구로 중국의 천자만이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대외비였고 중국의 사신이 오면 그 큰 기구를 숨겨서 탄로 나지 않게 하였다. 혼천의의 기능을 축소하고 크기도 작게 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간의, 앙부일구라고 하는 해시계, 자격루라는 물시계를 만들었고 세계 최초의 측우기를 발명하였다. 하늘의 운행을 담은 소위 요즘 말하는 달력을 해마다 중국 천자가 조공국에 하사하였다. 그러나 중국과 우리나라의 위치가 달라 시간차가 나게 되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혼천의를 제작하여 농경 사회 최고의 정보인 파종과 수확시기를 알아 생산성을 높이게 한 것이다.

1980년대 문교부 자연과학편수관실에 근무하던 내게 박학다식하고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한 편수관님이 시時와 시간時間을 아느냐고 말했다. 나는 너무나 평범하게 글쎄요 그냥 자연과학적 입장이라면 좀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이 그 후 아마 오륙 년 또는 그 이상 '시간'에 대하여 배우게 되는 동기가 될 줄 몰랐다. 틈이 날 때면 여러 번에 걸쳐서 시간이란 것이 존재론에서의 시간과 그중에서도 현상학에서의 시간, 현재화에서 내적 시간 의식, 제2 시간 의식의 통일 등 나로서는 처음 듣는 내용이고 열심히 들어도 아리송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어와 독일어를 잘하는 한 편수관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철학적인 것은 많은 부분이 원어인데 사실 죄송하지만 한국어로 해도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여서 지적 빈곤을 느낀 나는 더 분발하여야 하겠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원한 시간, 칸트의 고전물리학의 정적인 시간, 베르그송의 주관적인 시간, 아인슈타인의 현대물리학적인 시간 등을 먼저와 같이 여러 번에 걸쳐 들려주었다. 철학과 관련된 '시간'은 모르겠고 칸트와 아인슈타인의 '시간' 이야기는 좀 알 것 같다고 나는 말하였다. 그리고 지나다 보면 몇 가지 이야기와 질문이 있었는데 잘 모르는 것이었고, 제6차 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용도서 개발로 별다른 이야기 없이 한두 해가 지나갔다.

어느 해에 4명이 한 조로 지방에 출장을 가서 여러 날을 지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밤에 바둑을 두었는데 어느 날 저녁에 식사 후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시간'에 대하여 이야기하자며 철학자나 문학자가 아닌 과학자가 말하는 '시간'을 자신이 질문할 테니 나더러 대답해보라는 것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과학적 시간'에 대해서는 나름 말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으나 긴장이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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