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탄 고등어 멀미를 하다
택시 탄 고등어 멀미를 하다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11.17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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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철없는 빈대가 시도 때도 없이 날뛰니 그놈 잡으러 독한 살충제가 뿌려질 모양이다. 선거일이 꽤 멀리 있는데 설익은 자들은 벌써 당선자 신분이라도 된 듯 오만추태(傲慢醜態)를 부리려 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이 ‘하는 짓거리가 꼴값을 떤다’고 하더이다.

예전에 모 대학교에서 조교로 근무하던 시절, 교수님과 함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밤늦게서야 일을 마친 교수님께서 택시를 타고 가셨는데, 그 택시가 일명 총알택시였던 모양이다. 다음 날 아침 교수님께서 출근하지 않아 그 사유를 알아보니 온몸이 굳어서 옴짝달싹 못 하겠기에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곡예 운전, 과속, 급정거를 반복하는 통에 온몸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고 손잡이만 꼭 붙잡고 있었다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놀란 근육이 뭉쳐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속이 훈장이고, 난폭운전이 영웅이던 시절도 있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급하게 치닫고 급하게 멈추면 차량 그 자체도 힘들고 타고 있는 승객도 불안하고 걸어가고 있는 행인도 놀라게 된다. 과적 상태로 과속하며 좌로 우로 왔다 갔다 회전하면 전복(顚覆)될 수밖에 없다. 수족관에 실려 남해안 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물고기들이 모두 죽었다면, 그 원인은 스트레스가 아닌 뇌진탕이 아닐까 싶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묘한 일들이 다반사로 생기고 있다. 국회의원 자리를 마치 제 호주머니 속 물건인 양 취급한다. 표라는 물건이 내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데 자기 것이라 우기며 내놓으라 생떼를 쓰는 것이다. 빚진 사실이 없음에도 빚 갚으라고 협박을 당하는 꼴이다. 내 물건이 언제부터 그 사람들 물건이 되었더란 말인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민심을 향해 미소짓는 마네킹에 속옷만 걸쳐둔 체 그냥 서 있으라 한다. 가을 추수 끝난 들판에 허접한 허수아비처럼 서 있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에 다를까?

탄저병(炭疽病)과 탄핵병(彈劾病)은 같은 종류의 병인가 보다. 식물이 탄저병에 걸리면 볼품이 없고 가치도 없게 된다. 그 병이 발생하면 좀체 박멸하는 것 또한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탄저균(Bacillus anthracis) 감염으로 급성 감염질환에 걸리기도 한다. 탄저병에 걸린 고추는 신속하게 떼어내야만 곁에 있는 싱싱한 고추가 병들지 않는다. 검은 숯 빨간 녹이 갉아 먹은 고추는 전혀 쓸모가 없고 아름답지도 못하다. 주인의 마음만 아프게 할 뿐이다. 탄저병은 해 갈이로 끝이 날 수 있는데 탄핵병에 걸리면 그 완치의 끝을 알 수가 없다. 탄핵병에 물 들면 모두 단풍잎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백주(白晝) 대낮에 태양이 두 개 떠 있다면 그림자도 두 개가 그려진다. 두 개의 태양을 이쪽저쪽 바라보라고 눈이 두 개 달렸을 리 만무하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태양을 서로 강요하다 보니 눈이 쫙 찢어진다. 자신이 숭배하는 자에게 서로 끌어가려 하니 짧은 가랑이도 길게 늘어진다. 검은 눈동자는 사라지고 흰 눈동자만이 사납게 춤을 춘다. 짜디짠 소금에 절인 자반고등어는 어디를 보고 있어야 할지 어리둥절하여 두 개의 눈동자를 계속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어지럼증이 심해져서 끝내는 멀미를 하게 된다. 그 고등어의 흐리멍덩한 눈동자가 그 양아치 같은 사람들의 눈동자보다 더 싱싱하게 보인다면, 설명이 가능할까?

체크 앤 밸런스(Check & Balance, 견제와 균형)는 어디에 있는가? 국가나 단체는 어떤 사람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우는 것이 상례다. 그것을 무시하고 권한만 주어지거나 책임만 부여한다면 그 조직은 일순간 무너지게 된다. 달콤한 권리만 갖겠다고 악을 쓰면서 왕의 DNA를 지녔다고 유세 떠는 사람들이 스스로 태양의 몸종이 되겠다고 아귀다툼이다. 민심을 따르는 종이 되려 노력하면 더 좋으련만, 이를 일컬어 노안비슬(奴顔婢膝)이라 하는가 보다. 후세 교육을 어이 할꼬.

두 개의 태양이 함께 떠 있으려 하니 받들어 모실 국민은 가랑이 찢어지게 생겼다. 태양이 두 개면 온 나라가 더 따뜻해야 할진 데 갈수록 더 추워진다. 태양이 두 개면 낮이 더 길어져서 그만큼 할 일이 많아야 할 것인데 일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해가 뜨면 해가 뜬다고 화를 내고, 달이 뜨면 달이 뜬다고 화를 내고, 화낼 거리가 없으면 없다고 또 화를 내고....아무때나 도지는 이 홧병을 어찌 불사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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