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달빛 재판(5)
[소설] 달빛 재판(5)
  • 성광일보
  • 승인 2023.11.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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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당
소설가
성동문인협회 소설분과장
김근당/소설가

“그런데 왜 곡괭이 자루에 피고인의 지문이 묻어 있었지요?”
“그것은..... 그것은.....”
천장수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예, 그것은 저의 집 것입니다.”
이상호가 대답했다.
 “그랬군요, 그래서 피의자의 지문까지 묻어 있었군요, 그런데 왜 그 곡괭이가 그곳에 있었습니까?”
천장수와 이상호가 서로 쳐다보았다. 이상호가 대답했다.
“사실은 저의 집 정원에 소나무를 심기 위해 천장수와 함께 산에 모양이 예쁜 해송을 캐러 갔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곡괭이를 떨어트리고 갔다? 말이 됩니까?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확인해도 좋겠지요?”검사가 다시 질문 했다.
“예, 그렇게 하십시오.” 이상호가 대답했다.
“읍내에서 당구를 치고 카페에 들렀다는 것도 경찰의 조사 결과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당구장이고 어떤 카페입니까?”검사가 방향을 돌려서 질문했다.
“누가 당구장 이름과 카페 이름을 보고 들어갑니까? 그냥 있으니까 들어간 것이지요.”
이상호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천장수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검사는 없는 죄도 뒤집어씌우는 사람입니까?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요.”
법정이 술렁거렸다. 검사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피고인은 좌정하고 언행을 조심하기 바랍니다.”
최정 판사가 말하자 법정은 다시 가라앉았다. 검사가 심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변호사가 때를 놓치지 않고 증인 심문을 요청했다.
“증인에게 다시 묻습니다. 증인은 왜 한밤중에 그곳에 갔었습니까?”변호사가 또다시 증인이 정자에 간 것을 문제 삼았다.
“사실은.....” 갯말댁은 망설였다. 아무래도 대답을 해야 할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무엇입니까?”
“그이와 약속이 있었습니다.”
“무슨 약속입니까? 혹시나 어느 집에 잠입해서 귀중품이라도.....”
“아!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왜 그곳에 갔습니까?”
“달빛 환한 밤에 제 남편과 자주 올라갔던 정자입니다.”
“그런데 왜 열두 시가 넘은 한밤중입니까?”
“달빛의 정기를 받아서 판사님 같은 자식을 얻고 싶었습니다.”
갯말댁이 대답하고 얼굴을 떨구었다. 재판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말이 안 되는 헛소리를 들었습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확실한.....”
“됐습니다. 누가 봐도 뻔한 일입니다.”
변호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법대를 향해 돌아서서 진술을 쏟아 냈다.
“판사님! 이 달빛 사건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습니다.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라고 지칭된 고 박사라는 사람도 세상에 없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수배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굴했다는 금장식품들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증인의 남편인 김정수 경사의 죽음도 심장마비로 밝혀졌으며 김정수가 먼저 이상호를 공격했고 천장수가 이를 저지하던 중에 두 사람이 산비탈로 구른 쌍방과실입니다. 천장수 또한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또한 도굴했다는 마한 시대 고분도 근거가 없고 도굴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증인의 진술은 정자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모를 증인 이말순의 환상과 착각에 불과합니다. 천장수는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친구인 이상호와 읍내에서 당구 게임을 즐긴 후 카페에 들려 술을 마시고 마을로 오던 중에 달빛이 좋아 동산 길을 걷던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김정수의 공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변호사는 의기양양했다. 피고인 천장수도 그것 보라는 듯이 판사를 빤히 올려다보았었다. 얼굴에 '신참 판사가 뭘 안다고 까불어. 너는 언제나 내 손아귀 안에 있잖아.' 하는 내색이 완연했다. 세월의 저 너머에서 귀공자로 개구쟁이로 살아오며 동네 아이들을 괴롭혔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에는 싸움질만 하고 다니던 천장수였다. 충동적으로 남을 해치고도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 성격 장애자였다. 최정 판사는 그런 천장수에게 무던히 괴롭힘을 당한 기억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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