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인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하)
[수필] 인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하)
  • 성광일보
  • 승인 2023.11.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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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수필가/성동문인협회 회장
이규석/수필가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그대로 재현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대화 내용을 재구성 해보면 '시간'의 정의부터 접근한 것 같다. 과학에서 말하는 '시간'은 간단하다. '시간'은 시각과 시각의 사이라는 것으로 지금 몇 시이냐 하는 말은 지금은 몇 시각이냐가 정확한 표현이다. 
시각은 수학으로 말하면 면적이나 부피가 없는 점이라 할 수 있다. 1년은 지구의 공전주기인데 이것을 12로 나누면 한 달, 한 달을 30으로 나누면 하루가 된다. 거꾸로 태양이 자오선에서 다음 자오선에 오는 시간이 하루가 되고, 똑같은 길이의 하루가 될 때까지 약 365일 즉 1년이 걸린다. 하루를 24등분 하면 1시간, 이것을 60등분 하면 1분, 1분을 다시 60등분 하면 1초가 된다. 
초sec야 말로 과학적 시간의 최소 단위이고 이것은 처음에는 지구 자전 주기로 했으나 지금 지구의 하루는 공전주기도 고려해야 하므로 과학에서의 시간도 시간을 측정하여 수치를 얻어내는 절차를 합의하여 얻는다. 즉 정의를 합의한다, 처음에는 평균 태양초에서 시작하여 원자시계를 이용했으나 1967년 세슘-133 원자의 두 미세 준위 사이에 대응하는 복사선의 주기의 지속 시간으로부터 얻는다. 정확도가 10의 마이너스 12승 그러니까 1조분의 1까지 정확하다. 그리고 같은 방법에 온도 조건을 추가하여 현재는 10의 마이너스 15승까지 정확하다.
이제 1초를 기준으로 하면 모든 시간을 단순하게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상대성이론을 도입하여 물체의 속도에 따라 시간의 길이 즉 1초의 길이가 달라진다고 하면 시간의 상대성을 말하게 되며, 빠른 운동을 하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하나 더 이야기 할 것은 지구의 자전속도가 점차 느려지면 하루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윤초를 두어야 한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면서 달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때 지구, 태양, 달을 그려가면서 이야기했고 과학에서 길이는 미터M, 질량은 킬로그램K, 시간은 초S를 사용하며, 입체㎥에 시간s을 더하면 시공 즉 4차원이 된다.
다만 거시 세계의 입체 공간은 인류가 소위 정복하고 있다고 거만하게 말하지만 '시간'이 들어간 4차원의 개념 형성도 약하고 실제로 살고 있으면서도 조절 능력이 없다. 인류라는 이름으로 4차원에서 시간은 영원한 수수께끼일 수 있다. 라고 말하며 나의 긴 이야기는 끝났다. 
한 편수관님은 가장 짧은 시간은 찰나이고(후에 알아보니 0.013초). 가장 긴 시간은 영원인데 몇 가지가 있다고 했다. 즉 영원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끝없이 계속되는 시간, 시간이라는 관념에서 완전히 격리된 무시간성이라는 의미의 영원, 시간을 초월한 영원, 종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거나 태어나지 않는 것만이 영원하다고 본다는 등 철학과 종교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때 이후로 과학적 시간 즉 '객관적 시간'을 중심축으로 하고 보니 종교, 철학, 문학, 일상생활에서의 주관적 시간을 잘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 하셨다. 그러나 나는 그분만큼 아는 것도 없지만 '시간'이란 무엇인가 때문에 고민한 적이 없어서 늘 죄송하기만 하였다.
1993년 초, 프리고전 외 1인이 저술하고 신국조님이 번역한 '혼돈으로 부터의 질서'를 열심히 읽고 한 편수관님께 저도 시간에 대하여 조금 고민해 보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후로 나를 실력 있는 사람으로 과대평가하여 가끔 몸 둘 바를 모르게 하였다. 만 75세에 대학 강의와 논문 쓰기를 안 하겠다며 손수 차에 중요한 전공 서적을 싣고 우리 집에 와서 주고 가면서 이제부터는 수필과 시를 쓰는데 열심히 하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전생에 큰 인연이 없고서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아끼는 책을 다른 누구에게 차에 가득 싣고 가서 줄 후배가 있나? 내가 그분만큼은 못되어도 머리에 무엇이 들어있는 것이 있기는 한가?
'시간'이 무엇인가 내가 좀 알만한 때인 어느 날 지적이고 다재다능한 그분이 80세를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조간신문을 보다가 영면하셨다. 천국으로 가셨겠지만 그래도 '시간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니체의 영겹회귀 속에 계시려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영원 속에도 다녀오셨을까! 이 가을에 '시간'과 함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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