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먼저! 돈 통 먼저!!
소통 먼저! 돈 통 먼저!!
  • 송란교 기자
  • 승인 2023.12.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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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논설위원
송란교 논설위원

언제부터 ‘법’이라 하는 것이 동네 양아치들 편 가르기에만 사용되었는가? 법을 만드는 사람은 그 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법이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만 덮어씌우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그 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법이라는 칼자루만 마구마구 휘두르고, 법이 정한 대로 해석하고 판결하여 범법에 대한 죄의 값을 치르게 해야 하는데 자기 맘대로 해석하며 푸석해진 고무줄만 당기고 있다.

불쏘시개도 못 되는 허수아비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왜 세금을 바쳐야 하는가? 그들은 언제부터 나하고 동업했는지 알 수 없지만, 꼬박꼬박 세금고지서를 보내오니 분통이 터 진다. 그 고지서를 볼 때마다 열불이 난다. 요즘에는 책이 아닌 것을 책이라 하며 책값 청구서도 수북이 쌓이고 있다. 자랑을 통해 자신을 하늘 끝까지 높이고 비난을 통해 상대의 자존심을 지옥 문턱에까지 낮추려 한다. 체면 따윈 귀신에 홀린 강바람에 실려 보내고 양심 따윈 길바닥에 머리 조아리는 비둘기에게 내주었나 보다. 다정한 눈빛 교환도 하기 전에 엉큼한 청구서부터 내미는 그들에게 헛되이 세금 낼 일은 없어야 하리니, 그들을 꼭 기억하자.

내 편만의 지지로 당선되겠다는 총선 출마 예정자를 오랜만에 만났다. 누구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 녹슨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는 기억의 단초(端初)를 찾아내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반가운 마음에 덥석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내 얼굴을 기억이나 할까 하는 두렵고 어색한 마음이었다.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봐 주니 다행이었다. 그는 안부 인사도 나누기 전에 선거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더 가관이다. 친구들이 소통하고 있는 단체방에 출마 소식을 공지로 띄워달라는 것이었다. 그냥 살던 대로 살지 왜 이쪽으로 곁눈질을 하는 걸까? 당선만이 그동안의 소원함을 면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듯, 소통이 먼저가 아닌 돈 통이 먼저라 우기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열심히 살아가면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친구들도 수두룩하다. 마음이 멀어져서 모른 척 지내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편하게 지낼 친구를 찾게 된다. 혼자 잘난 맛에 주변 친구들 무시하며 살다 그 친구마저 마지막 잎새처럼 휑하니 떨어져 나가면 그때 서야 마음 알아주는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지금까지 큰소리치며 잘 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 친구들의 응원이고 배려였음이리라.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가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 그 뒤를 따라온다.

인생은 Give & Take다. 세상 태어남에 앞뒤 순서가 있겠지만 존경받음에는 순서가 없다. 받는 것만 앞세우며 살았던 인생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받아야 할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내가 주어야 하는 사람들만 보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받아야 할 상대로서 기억에 사라진 친구를 찾게 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면 습관적으로 받고 싶은 목록을 거리낌 없이 내밀게 되는 것이리라. 음식점의 코스 요리는 순서대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바둑에서도 수 순이 중요하다. 수 순이 뒤바뀌면 살아 있는 돌이 죽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것이 아름다운 순서이리라.

먼저 받고 나중에 주겠다는 것은 정이 아닌 계약거래가 아닌가? 먼저 주고 나면 언제 받을지 몰라서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고 정 나눔에 주저하면 언제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까. 뿌린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허허한 빈터에서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친구와의 만남이 설렘으로 기다려진다면 그는 분명 아름다운 삶을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철이 다가온다. 편 가르기도 바퀴벌레처럼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너 누구 아니냐’ 하면서 우선 손부터 붙잡는다. ‘오랜만이다. 거기서 밥 한 그릇 하자’ 하면서 어색한 웃음 한 방울 흘린다. ‘지금 어디서 사는데’ 하면서 돈이 되는지 표가 되는지 열심히 데이터 분석을 한다. ‘한 표 줍소 한 표 줍소’ 밤이 되어도 끝낼 수 없다. 내가 먼저 베풀었다는 기억이 전혀 없는 사람, 그래도 당선되고 싶은 마음에 어색하게나마 만나야 할 사람이 많은데 돈 통이 바닥이니 이를 어쩌나, 진정한 소통은 뒷전이 될 수밖에. 겨우 하루 동안 주인 노릇 하다 1,460일 동안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두 눈 부릅뜨고 두 귀 쫑긋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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