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이 주는 쓴맛!
특별함이 주는 쓴맛!
  • 성광일보
  • 승인 2023.12.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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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를 보고
김정숙 논설위원

욕망은 인간의 본질적 감정이다. 그래서 욕망은 갖지 말라고 해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스스로 제어할 수도 있으나 자칫하면 제어할 수도 없는 때도 있다.

무언가를 갈구하는 욕망이 있다면 반드시 그 욕망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그래야 그 욕망은 실현의 순간에 그것이 자신의 것이었는지 타인의 것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만약 그 실현의 순간에 허무함이 느껴진다면, 과거 그가 원했던 욕망은 불행히도 타인의 욕망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다른 나무들을 파괴하는 아카시아 나무처럼 되지는 말아야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파괴를 불러오는 욕망은 생명력이 강하고 뿌리가 깊어서 우리의 마음속에 다른 수많은 감정들을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해롭게 하는 비윤리적 인간으로 변모시키는 위험을 불러 오기도 한다.

욕망이 야망과 다른 것은 결핍의 여부에 달려 있다. 욕망을 일으키는 동인은 결핍이다. 야망은 ‘갖는다’라고 표현하고 욕망은 ‘사로 잡힌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야망이 자발적 동인에서 비롯된다면 욕망은 피상적 동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겪었던 결핍은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그 결핍을 보상받고 누리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결핍이라는 것이 욕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모두가 ‘사로 잡힌다’는 어감만큼이나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다. 결핍이 동인이 되어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인간으로 변화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문제는 파괴적 욕망이다. 결핍이 동인이 되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윤리성이나 도덕성을 무시하고라도 ‘가지려 하고 취하고’ 싶어 하는 야심에 찬 욕망은 결국 자신과 타인을 갉아 먹는 좀비처럼 사회악을 불러일으키기가 십상이다. 그렇게 제어되지 않는 결핍의 보상은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 ‘보람과 행복’보다는 ‘허무함과 허기짐’이 더 큰 결과로 다가 올 것이다.

태국 영화 <HUNGER>는 부를 갈망하다 못해 집착하며 허기(hunger)를 불러 오는 폴과,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사랑이 담긴 요리를 만들고 싶었던 오이. 두 천재 쉐프의 이야기를 결핍을 보상 받고자 하는 욕망의 감정으로 다루었다. 한 사람은 다른 나무를 파괴하는 아카시아 같은 욕망의 실현으로, 다른 한 사람은 그 파괴가 불러오는 허기(hunger)에서 허기(hunger)를 느끼는 모습을 담았다. 결핍의 허기(hunger)에서 시작된 욕망의 실현이 두 사람 모두 허기(hunger)로 끝나지만 그 허기(hunger)를 채우려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은 서로 다르다.

욕망의 실현과정에서 어떤 가치관이 함께 삶의 롤러코스터를 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끈, 선의적 가치관의 끈은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앞으로 넌 많은 걸 잃게 될 거다. 이제 네게서 떠나지 않을 생각은 이거야.

'언제 난 추락하게 될까?' '내가 너무 늙었나?'

'난 이제 과거형인가?'

뭘 잃었는지도 모르고, 성공에만 집착하게 될거야.

이게 특별함이 주는 쓴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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