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 !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 각자는 모두 살아 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잊지 마 !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 각자는 모두 살아 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 성광일보
  • 승인 2024.01.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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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앙: 단팥인생 이야기>를 보고
김정숙
광진투데이 논설위원

내가 그랬듯이 세상의 모든 이들은 엄마의 자궁에 착상 됐을 때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기의 초음파 촬영만으로도 신비와 경외의 숨고르기를 했으며 10달의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세상에 나온 순간 세상의 모든 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축복했다.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경외와 탄성과 축복의 아이콘이었다. 이제 그 아기들은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내야 한다. 그렇게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며 노년이 되어 간다.

그러나 세상의 삶은 엄마의 자궁 속처럼 평화롭게나 아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느 땐 즐겁고 판타스틱하거나 평화롭기도 하지만 어느 땐 고되고 혹독하기도 하다. 그래도 생명체로 태어 난 이상 우리는 주어 진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세상을 살아 낸 모든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삶은 혹독한 것이다!“

혹독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게 인간인데도 거기에 덧붙여 세상은 공평하지도 않다. 날 때부터 모두가 달라서 어떤 사람은 복을 타고 태어났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지지리도 복이 없다고 하기도 한다. 그 뿐인가, 세상을 사는 건 운도 작용하기도 해서 어떤 사람에겐 사는 동안 행운이 찾아 오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불운한 삶을 살아야 하기도 한다. 불공평하고도 불공정한 세상이 인간 세상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러한 불공평과 불공정마저도 견뎌내야 한다.

불운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운명에서 결핍은 최악의 손님이다. 심리적 결핍이든 물리적 결핍이든 결핍은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란 상태다. 다른 사람들은 있어야 할 것이 마땅히 있고 모자라지 않는데, 상대적으로 없거나 모자란다면 그들은 혐오와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궁핍해도 궁핍으로 파생되는 물리적 심리적 결핍은 세상은 부조리하고 삶의 의미가 없다고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신체적으로 다른 사람과 달라도 삶은 모든 활동 분야에서 장애물을 만날 수밖에 없다.

결핍이 주어진 결핍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가지치기된 파생 결핍들은 인생을 어두컴컴한 동굴에 갖히게 한다. 아무 잘못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데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히는 때도 있고 타인의 세상을 사는 방식이 나에게 영향을 미쳐 인생의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되는 때도 있다. 그만큼 세상은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 혹독한 세상을 살아 내야 하는 게 인생이다.

그러나 혹독한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방법이 다르다. 어떤 이들은 세상의 혹독함 속에 웅크려 어쩔 수 없이 살아내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혹독함 속에서도 삶의 꽃을 피워 내기도 한다. 삶의 꽃을 피우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삶의 태도다.

영화 <앙: 단팥인생 이야기>는 모두가 엄마의 자궁에서 축복 받으며 태어났을 세 사람이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결핍을 지니고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내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어도 특출한 삶이 아니어도 삶의 의미란 받아들이는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영화는 시사한다.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수동적 인간의 태도에 주체적 삶이 가진 힘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는 어떠한 경위로든 결핍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인물들에게 세상에서 주체적인 삶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결핍은 그저 주변사항일 뿐 눈앞에 놓인 사소한 아름다움마저도 삶의 의미로 받아들이며 사는 삶의 태도가 얼마나 가치로운지를 보여준다.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세상에 짓밟히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편견과 혐오의 대상으로 바깥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노인이 혹독한 세상을 살아가며 발휘해야 하는 지혜와 인생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를 통찰하게 하는 대화로 영화는 은은한 향기를 전한다.

“잊지 마!,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 듣기 위해 태어났어.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 각자는 모두 살아 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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