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뉴타운 단지처럼 펼쳐진 얼음 조각들 앞에서 머뭇거리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지난여름 녹지 않는 얼음을 낳았다고 한다. 그 얼음을 품고 와서 빙산 속에 묻을 생각이라 한다. 빙벽을 파내어 얼음을 묻은 다음 다시 얼음 부스러기로 덮는 고단한 작업들, 빙하기 매머드 같은 추억들
얼음의 그림, 얼음의 조각, 얼음의 데칼코마니. 밤이면 빙등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드는 투명인간의 메아리들, 그 음성이 하현달의 귓불에 닿기 전에 스르르 유빙들은 겨울 바다로 떠내려간다. 쇄빙선 흔적 같은 물의 길을 따라 일찍이 죽은 아이들도 함께 흘러간다.
어느덧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축제는 막을 내린다. 그 축제엔 흔적도 없고 쓰레기도 없다. 관객도 없고 매표소도 없다. 어떤 때는 살아있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어떤 때는 죽어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명멸하는 빙등의 길목마다 누가 그었는지 모를 주저흔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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