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종이상자 리모컨(3)
[소설] 종이상자 리모컨(3)
  • 성광일보
  • 승인 2024.02.1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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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
소설가
성동문인협회 회원
윤 정 소설가

엄마는 내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엄마를 더 좋아합니다. 식탁 위에는 그림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엄마가 1000개의 조각을 맞춰서 만든 그림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소녀가 손으로 턱을 괴고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면 한 숟가락 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잘 먹나 보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먹기 싫어하는 당근이나 파를 골라내려고 하다가 그냥 꿀떡 삼키고 소녀를 바라보니 웃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엄마는 그래서 식탁위에다 걸어 놓았나 봅니다. 저 그림 퍼즐을 맞출 때 엄마는 큰 상에다 퍼즐 조각들을 늘어놓았습니다. 엄마는 한 번 쓱 보고 퍼즐을 맞춰나갔습니다. 비슷한 퍼즐이 많아서 나는 어쩌다 하나 맞추면 엄마는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민희야, 이렇게 많은 퍼즐이 제 자리에 딱 맞는 것 보면 신기하지 않니?”
 “네, 다 비슷한데 엄마는 어떻게 잘 맞춰요?”
 “비슷비슷해 보여도 다 달라. 다른 퍼즐들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니 참 재미있어,”
 “엄마는 내 얼굴도 맞출 수 있어요?”
 “이미 예쁘게 맞추어 나온 얼굴인데 뭘 맞춰? 하하”

엄마는 예쁘다고 하지만 그림의 여자애처럼 예쁜 얼굴로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밖에 나가면 엄마와 딸이라는 것을 알 텐데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어 봅니다.
 “딸 맞아요? 안 닮았네요.”
 “딸이에요. 커가면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럼 아빠를 많이 닮았나 보네.”

나는 아빠를 닮은 것이 싫습니다. 아빠는 눈, 코, 입이 모두 큽니다. 그래서 얼굴도 큽니다. 엄마처럼 작지만 반짝이는 눈, 조그만 코, 조그만 입술을 닮으면 예쁠 텐데 아빠를 닮아서 사람들은 잘생겼다고 하지만 나는 귀엽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남자애처럼 잘 생겼다는 말을 듣기 싫습니다. 
 “엄마, 난 엄마를 닮아야 하는데 왜 아빠를 닮았어요?”
 “아기를 가졌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 아기가 그 사람을 닮는대.”
 “그럼 엄마가 아빠를 사랑해서 내가 아빠를 닮은 거예요?”
 “아이고, 우리 민희 똑똑하구나.” “나는 엄마 뱃속에서 엄마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엄마를 생각했을 텐데 왜 안 닮았을까?”
 “애들은 크면서 여러 번 변해, 엄마도 어렸을 때 사진과 많이 다르잖아.”

엄마 말을 듣고 나도 크면 엄마를 꼭 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 화장품도 쓰고 엄마가 좋아한 옷도 같이 입으면 더 닮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는 엄마의 얼굴을 마사지 해주는 것입니다. 

어린이 집에서 기다리는 나를 보고 웃으며 안아주지만 엄마의 얼굴은 아침에 보는 엄마의 얼굴과 다릅니다. 분홍색으로 칠했던 입술도 다 지워지고 얼굴빛도 밝지 않습니다.  집에 들어오자 엄마를 침대에 누우라고 하고 엄마의 화장품을 가져왔습니다. 엄마가 하던 대로 솜에 묻혀 얼굴을 살살 문질러 조금 남은 화장품을 지운 후 따스한 물을 준비해 하얀 수건을 담갔습니다. 물기를 꼭 짜서 엄마의 얼굴에 대니 엄마가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피부가 많이 상하셨네요, 계속 관리를 받으셔야겠어요.”
 “이렇게 친절하게 잘 해주시면 자주 올게요.”
 “제게는 일등 손님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좀 자도 될까요?”
 “네, 다 되면 깨워 드릴 테니 푹 주무세요.”

두어 번 수건을 적셔 씻어내고 크림을 손에 덜어 턱과 얼굴을 살살 마사지하는 사이에 엄마는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다 끝나고 엄마는 눈을 떴지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도 엄마 곁에 누웠습니다.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놓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희야, 엄마랑 밖에 나가면 싫지?”
 “좋은데 왜?”
 “다른 친구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잖아.”
 “난 그래도 엄마가 좋아, 난 커서도 결혼 안 하고 엄마랑 살 거야.”
 “아빠처럼 잘생긴 남자 친구가 생겨도?”
 “아니야, 약속!”

엄마는 손을 당겨 약속했지만 엄마는 웃기만 했습니다. 엄마와 달리 아빠는 나를 놀리는 것이 취미인가 봅니다. 아빠는 내 생일 날 리본이 달린 원피스를 사주면서 또 놀렸습니다.
“민희야, 생일 축하해! 이 원피스 맞을까? 우리 민희 이제 그만 먹고 살 좀 빼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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