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우울한 감정에 대처하는가?
나는 어떻게 우울한 감정에 대처하는가?
  • 성광일보
  • 승인 2024.02.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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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펭귄 블룸>을 보고
김정숙 논설위원

우울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그 원초적 본능이 작동하게 되면 슬픔과 상실감으로 서럽고 침체된 기분이 지속된다. 눈물을 흘리며 울기도 할 것이며 그런 상태가 지속되고 심하게 되면 자신이 무가치하고 인생이 허무하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그 뿐인가, 미래가 암담하여 절망감이 밀려들기도 할 것이다.

우울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어도 그것이 발현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유전적 요인도 있을 것이며 환경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었거나 신체적 질병으로 인한 불안과 무기력으로 인한 요인도 있을 것이다. 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울이라는 본능이 발현되지 않고 산다면야 세상이 온갖 복사꽃으로 가득하겠지만 우울이 발현될 땐 그 아름답던 복사꽃은 어디에도 없다.

우울이 염려스러운 건 그로 인한 파괴성이다. 한 집안에 우울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으로 인해 가정 분위기는 늘 어둡고 칙칙하다. 좋은 일이 있어도 우울한 사람의 기운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모든 기운을 부정적 기운으로 빨아들인다. 웃고 떠들고 신나야 할 가족이라는 집단은 어둠의 동굴에서 살아가는 기분이다. 건강도 해치게 되고 심할 땐 최후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울이 외면하거나 회피한다고 해서 물러가는 것은 아니다. 원초적 본능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도사리고 있다가 불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울한 감정을 다스리고 극복할 것인가? 어쨌거나 우리는 우울이라는 늪을 건너야만 제대로 된 삶, 살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떤 감정이든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감정을 인식하는 일이다. 자신을 엄습하고 있는 무거운 감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알아야 그런 감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고민할 수 있다.

나르시시즘이나 자기 합리화, 과도한 SNS과시 등 외부의 피상적 도구를 이용하여 우울의 감정을 회피하는 사례들도 있으나 그런 방법은 만성적 피부 트러블을 피부과 치료만으로 나아지려는 일시방편밖에 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피부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면 식생활부터 운동, 생활습관 등 자신의 모든 환경적 요인까지 살펴보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곳만 방하가 아니고 수면 아래 빙하의 뿌리도 여전히 빙하인 것과 같은 이치다.

영화 <펭귄 블룸>은 가족들이 직면한 우울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과정에 관한 영화다. 가족 중의 엄마가 뜻 하지 않은 사고로 불구가 됨으로써 온 가족은 우울의 도가니에 갇혀 지내게 되지만 우연히 집에 들인 야생 조류(펭귄 블룸)를 통하여 가족은 다시 웃음을 찾고 즐거운 일상을 회복하게 된다.

이들 가족도 그랬다. 애초에 사고가 일어나고 불구가 된 엄마 자신이나 엄마를 바라보는 가족들 모두 어디가 어떻게 잘못 된 것인지 인식하지 못했을 땐 일상이 분노와 불안으로 초조했다. 그 분노로 인한 우울과 그로 인한 파괴는 가족의 웃음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삶은 적막해서 내일의 희망이라곤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야생 조류(펭귄 블룸)를 돌봐주는 행위를 통해 연결된 감정의 끈은 그들을 둘러쌌던 우울의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되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계기도 되었다. 야생조류(펭귄 블룸)가 가족의 감정 교류를 돕는 가교 역할을 한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 당시엔 바깥 생활을 못 하고 갇혀 지내다 보니 우울이 가슴 한 가득 들어차서 삶이 버겁고 힘겨웠다. 이제 모두 지난 일이긴 하지만 그 당시 우울의 파괴성은 무기력, 무관심으로 발전하여 모든 생활이 “재미없다“가 입에 붙었었다. 그런데 꾸준한 운동으로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텐션도 올라가고 하루하루 지내는 일이 나아지곤 했다. 매일 매일 자기계발서를 읽는 일도 꽤 도움을 받았는데 자기계발서는 읽는 행위 자체가 무언가 해보자는 암시다. 그 암시적 글귀를 읽어 나가다 보면 무언가 희망이 보이는 듯 하고 무언가 잘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도 솟아나는 듯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행동(Do)”일 것이다. 영화 속의 불구가 된 엄마가 또 다른 인생을 살고자 카약에 도전한 것처럼 내가 매일 하는 운동을 통해 차츰 변하는 몸과 컨디션으로 희망을 노래한 것처럼 인간의 본능일 수밖에 없는 우울의 감정에 무언가를 해서 자극이 되고 삶이 전환 되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일까?

우울한 감정이 엄습할 때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바깥바람을 쏘이며 걷거나 노래를 하거나 등산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중증의 우울증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우울의 감정엔 움직이는 행동이 처방이라는 사실이다. ‘움직이는 것’은 우울한 감정을 벗어나는 데 신의 한수라는 말이다. 모든 사람을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영화는 그랬고 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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