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숙
시인.성동문입협회 회원
시인.성동문입협회 회원
왜 하필 나는 조선에 태어났나.
왜 하필 나는 여자로 태어났나.
왜 하필 나는 김성립의 아내로 태어났나.
스물일곱에 꽃잎 진 난설헌의 탄식이다.
그녀보다 수십 년을 더 산 부끄러운 나이에
천재는 일찍이 박제될 수밖에 없다는
허영자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난설헌 묘소 앞에 고개 숙이고 무릎을 꿇는다.
난세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원통했던가.
오월 연둣빛 봉분 위에 붉은 피를 쏟고 있다.
그녀의 한 맺힌 심장이
봉분 위 자줏빛 엉겅퀴 꽃으로 피어나
내 가슴을 바늘로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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