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생긴 것인가?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생긴 것인가?
  • 서울동북뉴스
  • 승인 2014.06.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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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재 득(성동구청장)

▲ 고재득 성동구청장
어른 몇몇이 앉은 정자 사이를 시원한 바람이 노니는 동안 아이들은 나무 그네를 타랴, 연못에 물고기 구경하랴, 뛰어 노느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구청사 앞 한갓진 풍경을 바라본다. 10년 전 성동구로서는 상상조차 안 됐던 풍경이다.

인생을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나눈다면, 결(結)에 해당하는 시기가 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자, 퇴임 후의 활동으로 더욱 이름을 높인 지미 카터는 “진정한 리더는 떠난 후에 아름답다”고 했다. 민선 5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아름다운 뒷모습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처음 구청장에 취임한지 얼마 안 돼 두려움과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분주하던 때 벗이 건넸던 당부가 생각난다. “자네가 구청장을 마쳤을 때에도 재산이 지금과 똑같았으면 좋겠네.” 다른 벗 하나는 말 없이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만을 전하고 돌아갔다.

다산 선생이 유배지에서 백성의 적나라한 생활상을 보며 통탄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목민심서의 주제는 한 마디로 애민(愛民)이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율기(律己)와 봉공(奉公)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던가. 단체장의 자리에는 수없이 크고 작은 바람이 불어온다. 민생을 부르짖는 어느 누가 초심부터 혼탁할 수 있으랴만 흔들리기 시작하면 스스로도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어린이를 가르치던 책인 동몽훈에서조차 "벼슬살이하는 방법이 오직 세 가지가 있으니, 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다. 이 세 가지를 알면 몸 가질 바를 알게 된다."고 하였다. 애민에 따르는 율기와 봉공은 간단히 말해서 오늘날의 청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나에게도 그 바람은 비껴가지 않았다.

15년간의 공직생활에서 변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이 있다면 바로 '청렴'이다. 공직이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반대 급부로 노후까지 보장하여 주는 것인데, 일순간의 탐욕으로 명예를 잃는 것은 차후 문제요, 부정한 것의 결과는 결국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렴에 대한 강조는 직원들에 대한 당부이자 내 스스로에 대한 수없는 각성과도 같았다.

우리 구청 지하주차장 출구에는 소나무로 조성된 '파인파크(PINE PARK)'가 있다. 이 공간에는 사연이 있다. 우리 구청과 교육청, 청소년수련관을 신축할 때다. 공터로 남겨졌을 그곳을 시공사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당시 관행적인 경비 대신 ‘청렴’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게 됐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우뚝 선 소나무들은 지나는 이들과 직원들에게 쉼터이자 청렴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굳건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주민들이 주신 변함없이 든든한 신뢰와 지혜로운 목민이 되길 바라는 벗의 마음은 빛이자 빚이 되어 나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왔다. 민선 1기, 2기, 3기, 그리고 5기까지 네 번이나 주민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데, 지난해에는 ‘다산목민대상’을 받는 영예까지 누렸다. 나의 중장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성동구에서 '청렴한 목민관'이라는 영광마저 안고 떠나니 이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15년간 구정을 살피며 그 누구보다 성동구의 희로애락을 세심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 미처 돌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은 구정을 마무리 짓는 그 언제였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성동을 아끼는 한 명의 구민으로서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더욱 발전해 갈 성동을 가슴으로 응원해야 할 때.

200여 년 전 죽는 날까지도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 저술로 오늘날까지 그 마음을 전하고 있는 다산 선생의 정신을, 열정으로 가득한 새로운 리더들에게 전한다.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생긴 것인가?” (原牧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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