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과 공무원의 청렴(淸廉)
정(情)과 공무원의 청렴(淸廉)
  • 성광일보
  • 승인 2014.08.1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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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문 경위/서울성동경찰서 생활질서계

 
인터넷 지식백과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한국인은 한자인 정(情)을 철저하게 토착화함으로써 ‘정답다’, ‘정겹다’, ‘정들다(나다)’, ‘정떨어지다’, ‘정차다”(=정답다)’, ‘정(을)두다’, ‘정붙다’, ‘정떼다’, ‘정을주다(받다)’ 등과 같이 일련의 낱말 및 관용구는 국어의 고유한 접미사 및 낱말을 붙여서 된 것들이지만, 이것들은 정(情)과 완전 등가(等價)일 국어 낱말이 없는 탓에 생긴 것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동시에 정(情)의 수요가 그 만큼 크고 절실했기 때문에 생겨나기도 한 것이며, 그 결과 정(情)은 한국어화하게 되고 유학(儒學)에서 문제되고 있는 정(제어나 절제 등의 관념을 앞세워 정을 바라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와 쓰임새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심지어 ‘정나미’란 파생명사까지 생겨났는데, 이 경우 접미사 ‘나미’는 달리 쓰인 용례가 없을 정도로 정(情)이란 말을 토착화하면서 그 자신만을 위한 접미사마저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있어서 정(情)은 특별하면서도 절실했던 모양이다.

필자는 경찰서 생활질서계라는 곳에서 ‘유실물법’에 근거하여 금전, 지갑, 휴대폰, 귀금속 등 온갖 종류의 유실물을 찾아주는 담당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중하거나 아끼는 물건을 잃어 버린 후 망연자실하며 속을 태우다가 ‘물건을 찾았으며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기쁘지 아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유실물을 주인에게 반환하는 과정에서 간간히 정(情)답고 정(情)겹게 정(情)을 주려는 분들로부터 정(情)을 느끼곤 한다.

그 정(情)은 다름아닌 고마움의 표시로 내미는 드링크류 음료 등이다. 그러나 그 유실물은 대부분 일반인이 습득하여 신고한 것이거나 관할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지역경찰관들이 순찰도중 습득하여 신고해 온 것을 보관하다가 반환해 드릴 뿐이다.

필자의 유실물 반환업무는 지극히 당연한 의무일 뿐이며,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대상은 그 유실물을 습득하여 신고한 일반 시민임에는 분명하다.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 입장에서는 대부분 경찰관에게 돌려 받기 때문에 물건을 직접 건네주며 반환하는 경찰관에게라도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다. 이러한 생각과 행위는 앞에서 언급한 한국인의 정(情)의 범주에 포함시켜 설명하면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정(情)이라는 의미가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는 있다지만, 경찰관이라는 신분을 가진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드링크류 음료 등 속에는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의 정(情)이 담겨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받는 경찰관의 입장에서는 호의(好意)나 사례(謝禮)의 의미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정(情)이 아닌 부조리로 다가올 수 있다.

조그맣거나 사소한 정(情)에 무뎌진 업무 감각은 자칫 그릇된 정(情)으로 표출되어 더 큰 비리나 부조리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중히 거절하며 돌려 보내면서 오히려 민원인에게 정(情)을 무시하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공무원에게 청렴(淸廉)은 본질적인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따뜻한 마음만은 진정한 정(情)으로서 얼마든지 받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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