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지속 가능성을 향한 출구전략②
<기획연재>지속 가능성을 향한 출구전략②
  • 성광일보
  • 승인 2015.06.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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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정치학

김대영(칼럼니스트)

같은 빌라에 사는 주민들이 반상회를 열었다. 안건은 차도와 접한 빌라 옆 인도에 안전펜스를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시의원을 불러 관련 예산 확보를 요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전펜스가 만들어졌다. 시의원이 보행자 안전을 위해 펜스 설치가 필요하다며 관할 주민센터와 시청에 주민 의견을 전달했던 덕분이었다.

당시 시의원을 불렀던 내 어머니는 “이런 머리 아픈 일은 일일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골목을 오가는 지역정치인에게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골 동네의 작은 골목은 손쉽게 정치의 장이 될 수 있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규칙을 만들고 수정하는 행위’를 정치라고 정의한다. 지역정치는 이러한 행위가 골목길 한 복판에서 이뤄질 수 있게 마련된 무대다. 지역경제ㆍ주민복지 관련 정책부터 여름철 날벌레 살충 작업까지 일상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무대에 올라갈 시나리오로 채택된다.

지역정치가 더 능동적일 수 있는 이유

지역정치는 개인의 요구나 필요를 중앙정치보다 더 효과적으로 수용한다. 관할 지역의 면적ㆍ인구 등 물리적 규모 자체가 작아 책임의 범위는 좁고 그 강도는 더욱 강력하기 때문이다.

안전펜스 설치를 도왔던 시의원의 경우 4개 동, 3만여 명의 유권자에 대해 책임을 진다. 같은 지역의 국회의원은 시 전체 16만여 명의 유권자들이 선출한다. 유권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지역정치에서는 더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역정치는 주민들의 일상적 문제를 살피는 데 중앙정치보다 능동적일 수 있다.

2009년 경상남도는 도내 대학생들의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주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고액등록금 문제로 대학생들의 반발이 한창이던 2011년보다 2년 앞선 시기였다. 중앙에서는 논쟁이 불가피한 사안을 지역에서 먼저 인지하고 대처한 것이다.

그림 = 크리월드(http://creworld.titory.com/)

그러나 지역정치는 여전히 선거철에 잠시 반짝일 뿐이다. 주민소환제, 주민참여예산제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지역정치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하다. 무대는 커지고 무대 장치는 화려해진 반면 무대 위에 올라야 할 사람들은 아직 관객석에 머물러 있다.

물론 주민들이 지역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을 간과한 채 무조건적으로 참여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의 무관심이 지역정치의 실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단 지역정치라는 유용한 수단을 활용해 일상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먼저다.

지역의 미래는 지역정치의 복원에 달렸다. 지역에서의 삶을 복원하자는 지역화의 가치도 결국 지역정치의 무대에서 다뤄질 사안이기 때문이다. 골목에 마련된 지역정치의 무대에 올라서야 한다. 골목이 첫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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