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빈 공간을 살려야 한다
(기고)빈 공간을 살려야 한다
  • 성광일보
  • 승인 2015.06.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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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영 (칼럼니스트)
카페와 술집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거리에 버려진 공터가 있었다. 이곳은 주변 상가에서 나오는 쓰레기더미를 품은 채 취객들의 토사물을 받아내던 장소에 불과했다. 공터는 그렇게 꽤 오랫동안 거리의 흉물로 방치됐었다.

버려졌던 공터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매주 주말 저녁이면 대학교 동아리와 인디밴드, 유명 댄스가수까지 공터를 찾는다. 담당 지자체가 이곳을 무대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한 뒤 지역 협동조합에 운영을 위탁했던 덕분이었다. 지자체는 판을 깔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문화 공연을 기획한 것이다. 건대입구역에 위치한 ‘청춘뜨락’의 이야기다.

잉여공간 활용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도시계획전문가 찰스 몽고메리는 저서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미디어윌, 2014)에서 이렇게 적었다.
“지역공동체에 대한 소속의식은 사회적 접촉에 따라 형성된다. 그리고 이웃 주민들과 가벼운 만남은 가족, 가까운 친구와 만나는 것만큼 소속감,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춘뜨락은 문화 공연을 즐기려는 주민, 무대 위에 오르는 주민, 행사를 기획ㆍ주관하는 주민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처럼 잉여공간을 공공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주민들이 서로 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공간을 통해 교류의 기회가 확대되면 주민들 사이의 유대감이 한층 성숙한다. 이는 지역공동체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청춘뜨락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서울 광진구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유용한 경험과 신뢰를 갖게 된 것처럼 말이다.

▲ 그림 = 크리월드

잉여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마을 특색을 살리거나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는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하숙집으로 고쳐 형편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의 주거 공간을 마련했다. 해피하우스로 명명된 이 사업은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뿐만 아니라 골목길 골칫거리도 처리한 셈이다.

지역사회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지로 규정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과 여가를 함께 보낼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생활 여건이 개선되기를 원한다. 따라서 잉여공간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잉여공간을 발굴하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역공동체 복원과 지역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의 일부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사람 사는 곳에서 우선하는 건 결국 관계다. 지역 내 잉여공간이 주민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돕는 공공공간으로 재탄생되는 순간, 지역화의 첫 발을 뗄 수 있다. 공동체성의 회복은 유대와 신뢰라는 배경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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