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연꽃을 불꽃 속에 피어나게 하리라 : 入廛垂手
또다시 연꽃을 불꽃 속에 피어나게 하리라 : 入廛垂手
  • 성광일보
  • 승인 2016.03.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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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0)

또다시 연꽃을 불꽃 속에 피어나게 하리라 : 入廛垂手 / 만해 한용운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큰 포대는 중생들에게 베풀어 줄 복과 덕을 담은 포대로서, 불교의 궁극적인 뜻이 중생의 제도에 있다. 표주박 차고 거리에서 지팡이 짚고 집집마다 다니며 스스로 부처가 되게 하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불국(佛國)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육도중생의 골목에 들어가 손을 드리운다는 뜻으로 중생제도를 위해 속세로 나아감을 뜻한다. 시인은 다른 날 아득한 고통의 바다 속에서도, 또다시 연꽃을 불꽃 속에 피어나게 하리라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入廛垂手(입전수수) / 만해 한용운

진흙탕 물속에도 마음대로 드나들고
울고 웃는 얼굴엔 흔적마저 없어라
고통의 바다 속에서도 연꽃만은 피게 하리.

入泥入水任去來 哭笑無端不盈腮
입니입수임거래 곡소무단불영시
他日茫茫苦海裏 更敎蓮花火中開
타일망망고해리 경교연화화중개

또다시 연꽃을 불꽃 속에 피어나게 하리라(入廛垂手)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진흙탕이나 물속도 마음대로 드나들면서도 / 울고 웃는 얼굴에는 흔적 하나 없어라 // 다른 날 아득한 고통의 바다 속에서도 / 또 다시 연꽃을 불꽃 속에 피어나게 하리라]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진흙탕 속 드나들며 울고 웃는 흔적 없어, 고통의 바다 속에도 연꽃 다시 피어나리’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저잣거리로 돌아오다]로 번역된다. 삼명육통(三明六通)에 바탕을 두고 근원으로 돌아왔다면, 이제는 무명의 불제자라는 보편적인 필부필부(匹夫匹婦)라는 소박한 경지로 돌아와야 한다는 계명을 제시한다.

시인은 진흙탕에도 그리고 깊은 물속도 마음대로 드나들면서도, 오직 울고 웃는 얼굴에는 흔적도 없다는 역설적인 가설을 설정한다. 그러나 문학적인 비유성의 탁월성은 우선 젖혀두고라도 불자적 신앙심에 다소곳이 머리 숙인다.

화자는 다른 날에 아득한 고통의 바다 속에서 잠영(潛泳)할지라도 또다시 연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밝게 피어나게 하리라는 메시아 같은 계명을 전달한다. 10수의 절구에서 소를 소재로 하여 엮어낸 십우도(十牛圖) 혹은 심우도(尋牛圖)를 시인이 [선시10계명]을 설파하신 것으로 본다. 틀린 것 같으면서 맞는 계율과 계명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입전수수(入廛垂手)를 다음과 같이 기린다(頌). [맨 가슴 맨발로 저자에 들어와 보았더니(露胸跣足入廛來) / 재투성이 흙투성이라도 얼굴에 가득한 함박웃음 짓네(抹土途灰笑滿顋) / 신선이 지닌 비법 따위를 쓰지를 않아도(不用神仙眞秘訣) / 당장에 마른 나무 위에도 꽃을 피게는 하누나!(直敎枯木放花開)]

【한자와 어구
入泥: 진흙탕에 들다. 入水: 물속에 들다. 任: 마음대로. 去來: 가고 오다. 哭笑: 울고 웃다. 無端: 단서가 없다. 흔적이 없다. 不盈腮: 뺨에 차지 않다. // 他日: 다른 날. 茫茫: 아득하다. 苦海裏: 고통의 바다 속. 更敎: 또 다시 ~하게 하다. 蓮花: 연꽃. 火中開: 불 속에서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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