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론과 수많은 사람들이 구의역 사고에 대해 이미 필요한 말을 했고 해야 할 말을 했다. 이 지면을 빌린 필자 역시 필요한 말을 할 것이고 해야 할 말을 하겠으나, 한 사람의 마지막에 내놓는 그 말이 떠난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하철에 끼어 죽어갔던 청년은 필자보다 나이가 더 어린 친구이다. 어린 나이에 비정규직의 삶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던 모습이 곧 나의 현실이 될 수 있음에 비통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
그는 전태일 같은 열사가 아니었다.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었고, 그것을 묵묵히 따를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컵라면은 열사의 족적에 버금가는 충격을 안겼다. 그의 삶은 이제 우리의 숙제가 됐다. 사람들은 숙제를 풀기에 앞서 한 사람의 마지막을 애도하고자 구의역 승강장을 찾았다. 열사는 아니었지만 생사를 걸고 일한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메트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시민의 생명·안전에 관한 업무를 은성PSD라는 민간업체에 넘겼다. 서울메트로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와 공공기관은 공적 업무에 따르는 책임을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민간업체에 떠넘겨왔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감당해야 할 책임을 그저 비용으로만 인식했던 것이다.
물론 공적 영역에서 모든 일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또한 공적 업무를 민간인력이 맡더라도 공적인 통제 아래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는다면 직접고용된 인력만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는 공적 기관의 책임 아래 있어야 한다. 공적 기관은 시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존재하고, 권익의 바탕에는 생명과 안전 문제가 자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