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광진구의회 구정질의 참관기
<취재수첩> 광진구의회 구정질의 참관기
  • 성광일보
  • 승인 2016.07.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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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광진투데이 편집인 겸 논설주간

김상진/광진투데이 편집인 겸 논설주간
혹자는 기초의회를 해산해야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지도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기구라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방의원 유급화가 되고 젊은 정치인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 있는 자치단체는 항상 긴장감이 돌게 되었다.

2004년으로 기억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현안문제가 제기되었다. 다름 아닌 '지방의원 유급화'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대립을 하였다. 당시 실무자였던 필자는 지방의원 유급화에 찬성안을 냈다. 지방의회에 지역의 돈 많은 유지들만 진출하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토호들의 끼리끼리 잔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돈은 없어도 젊고 의식 있는 정치인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여야 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유급화가 된지 12년이 지나 필자는 처음으로 기초의회 운영을 보게 되었다. 설레임 속에 구정질의를 기다리는데 의회가 파행이 되어버렸다. 질의를 받아야 할 구청장이 출석을 안하고 부구청장이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구청장은 회의 때문에 참석을 못했다고 하지만, 구의회 의장이 사회를 보지 않고 부의장이 사회를 보면 부구청장이 출석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것이었다. 구청장은 구정질의 보다 중요한 회의가 무엇이었는지, 부의장이 사회를 보면 부구청장이 출석하는 관행은 언제 생긴 관행인지 궁금하였다. 첫 기초의회 운영참관은 이렇게 허무한 막을 내렸다.

다음날, 구청장이 출석하고 5명의 의원들의 구정질의가 있었다. 여성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와 PPT를 활용한 준비는 돋보였다. 구의회도 여성파워시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참으로 아쉬운 점은 구의회가 10여년 전의 국회운영을 답습하고 있었다. 질의도 줄줄 읽고, 답변도 줄줄 읽는 '일괄질의 일괄답변' 방식이었다. 그것도 하루는 일괄질의, 다음날은 일괄답변이라니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일괄질의 일괄답변' 운영방식은 국회가 정부의 '통법부'라고 일컬어지던 시대에 있었던 방식이다. 지극히 형식적이고 행정부의 편의를 위한 의회운영 방식으로, 이미 국회에서는 10여년 전에 모든 회의가 '즉문즉답'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공부하지 않는 부처의 장은 혼줄이 난다. 부처의 장은 국회에 출석하기 위해 밤새 현안을 챙겨보지 않을 수 없다. '즉문즉답' 회의운영은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와 견제하는 첫 번째 상징과 같은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시절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한 이해찬 총리가 현안문제를 가지고 국회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던 광경을 기억할 것이다. 총리의 태도에 문제를 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총리가 현안문제를 그 만큼 잘 파악하고 의원들과 당당히 토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안되는 행동이었다.

혹자는 기초의회를 해산하여야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지도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기구라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방의원 유급화가 되고 젊은 정치인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 있는 자치단체는 항상 긴장감이 돌게 되었다. 미진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기초의회를 풀뿌리민주주의라고 한다.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며 기초자치단체를 감시 견제하여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기초의회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평을 받지 않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집행부는 의회를 주민의 대표로서 철저히 존중하며, 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관계공무원보다 더 공부하고 더 치밀해야한다. 그래야 밥 값하는 지방의회가 될 수 있다.

“10여년 전에 지방의원 유급화를 주장했던 내가 잘했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구정질의 참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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