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짜요? 안 짜요?
<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짜요? 안 짜요?
  • 성광일보
  • 승인 2016.10.11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숙 논설위원

짜요? 안 짜요?

▲ 김정숙/논설위원
자반고등어를 사려는 주부가 생선가게 주인에게 “짜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주인은 “안 짜요!‘ 라고 했다.

이 자반고등어의 맛은 짤까, 안 짤까?

짤 수도 있고 안 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선가게 주인은 무슨 근거로 자반고등어가 안 짜다고 했을까?
어떻게든 생선을 팔려고 그랬을 수도 있고 자신이 먹어보니 자신의 입맛엔 짜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주인의 “안 짜다”는 말을 듣고 사서 먹어 보니 고등어 맛이 무진장 짰다.
물론 주인 말대로 안 짰을 수도 있다.

짰을 경우 생선을 산 주부는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도 그 주인이 거짓말을 한 것 같아서 그 가게에서 다시는 생선을 사지 않거나, 화가 나서 생선가게 주인에게

“ 댁이 안 짜다고 했던 생선이 무지 짜던데 왜 안 짜다고 한 거예욧 ? ”
라고 항의할 수도 있다.
그 일로 생선가게 주인은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고 생선을 샀던 주부는 다시는 그 가게에서 생선을 사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런 경우 생선가게 주인과 주부 중 누가 대화패턴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물론 두 사람 모두 패턴을 바꾸면 좋겠지만 질문한 사람이 주부이니 주부의 질문 방법을 바꿔 보자.

먼저 주부가 “짜요?”라고 물어본 이유를 생각해 보자 .

자반고등어가 짠 것 인지를 확인하는 이유는 생선의 짠 성분 즉, “나트륨”이 건강에 해로워서 이거나 평소 워낙 싱겁게 먹는 식습관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짜요?“라고 묻는 이유는 짠 것을 사지 않겠다는 부정의 질문이다.

부정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들의 대답은 흔히 그 부정의 질문을 방어하려는 대답이다.
그래서 생선가게 주인이 생선을 팔아 보려고 ”안 짜다“라고 했건, 정말 안 짜서 ”안 짜다“고 했건 간에 대답은 ”안 짜다“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짠 것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짜다고 하며 팔 사람이 있겠는가?

또한 “짜다”의 기준은 극히 주관적인 미각 기준이어서 음식을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어지간히 짠 것은 짜다고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싱겁게 먹는 사람은 음식이 조금만 짜도 “매우 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주부는 “짜요?”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짤까요?” 라든가 “소금을 얼마나 뿌렸나요?”라고 열린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선가게 주인이 생선의 염도를 알려준다거나 소금을 뿌린 시간을 알려주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생선을 사는 주부는 훨씬 바람직한 대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방법도 미심쩍다면 소금을 뿌리지 않은 고등어를 구입해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소금을 뿌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생활에서 “짜요? 안 짜요?”라는 식의 이분법적 질문으로 Yes와 No의 대답으로 한정하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은 자녀양육의 현장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가령 모레가 시험인 자녀에게 “시험공부 다 했니?”라고 질문하는 경우 자녀는 시험공부를 “다 했다”와 “안 했다”로 양분하여 대답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시험공부를 “다 했다”는 것은 부모생각에 자녀가 시험을 봐서 100점을 받는다는 것을 기대하는 대답이고 “안 했다”라는 것은 100점에는 어림도 없다는 대답이다.

그래서 자녀가 시험공부를 “다 했다”라고 했을 경우엔 부모의 마음이 안심되고 “안 했다“라고 하는 경우엔 반대로 불안하다.

그런데 시험공부를 ”다 했다“라고 대답한 자녀가 30점을 받아왔다.
당장 부모는 자녀에게 ”시험공부 다 했다며 왜 점수가 30점이냐?“고 채근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선 다 했는데 30점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엔 자녀가 시험공부를 다 했는데도 머리가 좋지 않아서 시험을 못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빠(엄마)닮아서 자녀의 머리가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반대로 “안 했다”라고 대답한 자녀가 시험점수를 90점을 받아왔다면 “우리 애가 내 머리를 닮아서 공부를 안 해도 시험을 잘 본다”라고도 할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재미있는 현상들이지만 우리는 여기서도 “닫힌 질문”의 함정을 살펴 볼 수 있다.
닫힌 질문을 한 사람은 결국 반대의 결과물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질문을 “열린 질문”으로 시도해 보면 “국어 시험공부는 어디까지 했니?” 라고 구체적으로 책을 펴 놓고 이야기 한다든가, “국어시험을 위해서 어떤 책을 공부했니? 문제집을 풀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니?”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묻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자녀는 구체적으로 몇 쪽까지 공부했는지, 문제집을 풀어보니 몇 문제 중에 몇 문제를 이해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자녀가 문제집을 풀어보니 10문제 중 8문제를 맞혔다면 자녀의 예상시험 점수를 80점 정도로 기대할 것이고 3문제를 맞혔다면 30점의 시험점수를 예상할 것이다.

이렇게 열린 질문을 하는 경우 자녀는 구체적으로 대답을 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인식할 수도 있다.
또한 부모 입장에선 자녀에게 무턱대고 “공부해라!”가 아니라 얼마나 더 자녀가 공부시간을 늘려야 하는지를 알아서 도와줄 수도 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의 이분법적 질문의 함정이 이것이다.

그래서 질문의 문은 활짝 열어두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요? 안 그래요?
이 질문도 대문 여는 것처럼 활짝 열어 보시라.
어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발행일 : 2010-09-01
  • 발행인 : 이원주
  • 편집인 : 이원주
  • 회장 : 조연만
  • 편집이사 : 김광부
  • 논설주간 : 김정숙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