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춘/시인
생명 농업 임종을 앞두다
최성춘
수확을 앞둔 벼 이삭은
고개를 떨구고 침묵한 채
서 있기를 몇 날 며칠째 타는
목마름을 달래고 있다
결속되어 몸뚱이가 묶인 볏단은
상처 부위가 짓무르고 곪아 터져
몸져누워 있다
이미 탈곡하고 도정되어
임의 밥상에서
쓰담 쓰담 사랑을 받아야 했을
아쉬움,
생명 농업에 꿈을 심었던
젊은 농부는 고개를 떨구고 있는
벼 모가지 곁에서 차마 웃을 수가 없다
가슴 아려오는 절망이
어제오늘이 아닐 터
생명 농업도 무너져 내리는
슬픈 현실에서 그 무엇은 온전하랴
농심은 먹구름 속에서 울고
검은 눈물 되어 뚝뚝 떨어지는
슬픔에 찬 검은 빗방울은
임종 앞둔 볏단 곁에 아픔 되어
하염없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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