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순종과 공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빛과 소금> “순종과 공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 성광일보
  • 승인 2017.05.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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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범 담임목사/왕십리 성은교회
▲ 최민범 담임목사/왕십리 성은교회

의미 없는 문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성동구 옥수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과 약수동과 마장동과 왕십리 등을 오가시며 저희 2남 2녀를 생선과 건어물 장사를 하시며 먹이시고 입히셨습니다. 저도 이제 3남매의 아빠로서 부모님이 저희 4남매를 낳고 기르신 것만 해도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마음을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다는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효에 있어서 자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극한 효심의 마음을 가진 이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연한 효를 실행하는 이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음을 다해서 효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언뜻 떠올려 봐도 황향, 맹종, 왕상 등의 효자들이 떠오릅니다.

후한 시대의 황향은 여름에는 부모의 이부자리를 펴놓고 자신이 먼저 그 자리에 누워 모기들을 배부르게 하여 부모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보호했다고 합니다. 이부자리도 덥지 않도록 부채질을 하여 잠자리를 서늘하게 만들었다고 하고요. 겨울에도 자신이 먼저 이부자리에 누워 이불 속을 덥혀 부모님이 따뜻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효도했다고 합니다. 실로, 마음을 다하는 효입니다. 저는 모기향은 몇 번 피워 드린 적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전자 모기향으로 효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황향의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삼국시대에는 맹종이란 사람은 병상 중에 누워있던 모친이 한 겨울에 대나무 순을 드시고 싶다고 하여 눈이 쌓인 대밭으로 갔지만 구할 수 없어 눈물을 흘렸답니다. 그러자 눈물이 떨어진 곳에 대나무 순이 돋았다고 하지요. 겨울에 죽순을 돋게 할 정도의 효의 눈물입니다. 맹종설순(孟宗雪筍)이라는 고사성어가 저를 부끄럽게 하기도 합니다.

서진시대 왕상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선한 생선이 먹고 싶다는 새어머니께 추운 겨울이지만 꽁꽁 언 강가에 가서 자신의 옷을 벗고 얼음 위에 누워 체온으로 얼음을 녹여 물고기를 잡으려 했을 정도의 효의 사람이랍니다. 얼음이 녹으면서 물 속에서 잉어 두 마리가 얼음 위로 뛰어 올라와서 새어머니께 드릴 수 있었다는 왕상빙리(王祥氷裡)의 효가 진실이었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지만, 효의 정신은 도전이 되곤 합니다.

황향, 맹종, 왕상 등과 같은 효자, 효부들이 지금도 각 가정과 병원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성경은 그들을 칭찬합니다. 그리고 축복합니다. 그것이 옳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효를 행하는 이가 땅에서 잘 되고 장수할 것이라고 하는 축복의 약속을 주시기도 하십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 6:1-3)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으며 불효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굳이 누가 불효자였는지를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탈무드에서는 불효자를 향해 천국입성과 연관 지으며 다음과 같이 교훈합니다.

어느 날 밥상에 닭고기가 올라 왔답니다. 아버지가 “얘야! 이 닭고기 어디에서 났니?”하고 물으셨습니다. 아들은 무뚝뚝하게 “아버지는 그런 것은 묻지 마시고 잡수시기만 하세요”라고 대답하였답니다. 잘한 대답은 결코 아니나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이런 대답은 쉽게 발견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탈무드의 결론은 충격적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아들은 천국에 갈 수 없다.”

탈무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문자 그대로 불효의 마음을 지닌 아들은 천국에 못 간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마음을 다해 효를 하는 것이 자녀의 도리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애써 해석해 보려 합니다.

하지만, 효의 마음은 중요합니다. 태도와 언어도 중요합니다. 천국에 들어가고 못 가고로 탈무드가 교훈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효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하고 옳기까지 하다고 성경은 말씀합니다. 까마귀도 늙고 병든 어미 까마귀를 새끼들이 먹이를 물어다 입에 넣어 주었다며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하는데 사람이 부모님을 마음을 다해 모시는 것은 당연한 도리임은 분명합니다. 효성이 지극했던 한백유(韓伯兪)가 어머니로부터 종아리를 맞고 아프지 않아 어머니의 노쇠함을 탄식했다는 백유읍장(伯楡泣杖)의 효의 정신은 인류가 따라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멎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의 교훈으로 효도도 때가 있음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할 것입니다. 노나라의 노래자(櫓萊子)처럼 백발이 되어서도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부모님을 즐겁게 해 드리고자 재롱을 떠는 효의 마음은 진실로 천국의 행복을 부모와 자녀들 모두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부모님께 순종과 공경의 마음을 드리라고 성경은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성경에 ‘공경’이란 단어는 '간'(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공경’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곧 '간'(肝)이라고 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히브리인들은 인체의 장기 중에 간이 제일 무겁고 소중하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그래서 가장 무겁고 소중한 마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고 말씀합니다. 간을 드리고 심장을 드리는 진정어린 마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섬기라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신앙의 선배들 중에서도 효도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는 효자였습니다. 요셉도 아버지 야곱이 세겜에서 양을 치는 형제들에게로 심부름을 보냈을 때 기꺼이 순종하였습니다. 다윗도 아버지 이새의 말씀에 순종하여 블레셋의 골리앗과 전쟁하는 현장까지 순종하며 갔습니다. 예수님도 십자가 위의 고통 중에서도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요한에게 부탁하실 정도의 효의 마음을 지니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장사를 하셨습니다.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과 약수동과 마장동과 왕십리를 걸어 다니시며 생선과 건어물 장사를 하셨습니다. 어릴적 어머니의 몸에서 나는 생선과 건어물 냄새가 그렇게 싫었습니다. 생선과 건어물의 냄새 안에 가난의 냄새과 고생의 냄새가 섞여 있는 것 같아서 어릴 적에는 생선과 건어물을 안 먹었습니다.

이제 세 아이의 부모가 되어 보니, 어머니의 그 생선과 건어물 냄새는 사랑의 향기요, 그리움의 향내임을 비로서 알게 됩니다. 불효의 마음을 품었던 날들에 대한 후회로 글썽대는 한 켠의 마음을 과거의 사랑의 향내가 휘감아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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