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산사(山寺)의 가을밤
<에세이>산사(山寺)의 가을밤
  • 성광일보
  • 승인 2017.11.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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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길 천/광진투데이 편집위원
▲ 장 길 천/광진투데이 편집위원

낙엽을 밟으며 하염없이 걷고픈 마음에서 나 홀로 찾은 산사(山寺).
소리 없이 내리는 가랑비는 지는 낙엽이 흘리는 애석한 눈물인가?
공허한 가슴에 가을밤이 감미롭게 스며든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씩 내몰면서, 지난 어제와 다가올 내일을 위해 가슴에 모닥불을 지펴본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할 수 없는게 인간이라면 나도 그에 따라야 하겠지. 그러나 무턱대고 따르기 보다는 차분히 생각해서 옳고 그름을 가려, 보람 있는 삶을 엮어 나가야 하리라.

 깊은 밤, 산새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 야밤에 소금 내음 풍기는 해풍(海風)이 지금도 코끝에 와 닿는 것 같다. 

나는 하나서부터 차례차례 곡예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인생항로에 키를 잡고 가기에는 예측하지 못하는 기상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 만한 도시의 하늘이 길게 아스팔트 위에 누워 숨 가쁘게 가을을 맞고 있다.
바다와는 인연이라기보다 천생연분이란 말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내주먹만한 가슴에는 대륙과도 같은 광활한 포부가 있으며 태양보다도 뜨거운 정열이 있고 바다보다도 깊은 사랑이 숨 쉬고 있다.

하얀 꽃잎, 노란 꽃술에 얼이 깃들고 찬 이슬에 가을이 쫓겨 가도 한잎 한잎의 꽃잎에 불심(佛心)을 심으면 나는야 외롭지 않으리라.

백합보다도 더 조용한 부처님의 얼굴에서 나는 평화를 읽었고 빛나는 두 눈에서는 의지를 보았다. 그리고 고운 마음에서 자비를 느낄 수 있었다.

항상 고요한 분위기 속에 나란히 눈길을 마주보며. 촛불이 녹아 흐르고 향 내음 짙어지는 깊은 정취에 싸여 행복하기만 하던 산사(山寺)의 생활!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그리워하고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산사를 찾는 불자(佛子)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행복과 사랑은 인생의 목적. 그러나 이 사랑과 행복 때문에 환희와 더불어 불행 속에서 일생을 그늘과 괴로움에 묻혀 불행을 스스로 감수하기 위해 산사를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열풍이 미풍에 실려 계룡산을 넘어 올 때면 나는 한없이 찾아드는 공허한 밤에 흰 고무신에 회색 중우를 입고 법당 난간에 우뚝 서서 서까래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둥근 달을 보는 동시. 정상을 굽어보며 폐부 깊숙이 소금 내음을 들이킨다.

어느 때는 유난히 달빛이 밝게 산 누리를 비추이고, 뻐꾸기도 구슬피 울어댄다.
벌써 날이 밝아오나 보다. 어제를 덮고 다가올 내일을 위해...
어깨가 저려오고 구멍난 목탁소리가 이슬방울에 맺혀 아침의 공양시간(사찰의 식사시간)을 알려온다.

필자는 외국 해운회사에서 외항선을 탑승하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다가 계룡산 신원사에 입산수도 하던 시절의 가을날 바다가 못내 그리워 수필로 담았습니다. 

이후 건국대학교에서 20년간 재직후 지금은 건국대 앞에서 동광플라워 꽃집을 자영하면서 본지 광진투데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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