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후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촛불이후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 성광일보
  • 승인 2017.12.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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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 교수/건국대 융합인재학부
▲ 김 석 교수/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무심코 12월 달력을 보니 20일(수) '19대 대통령 선거' 빨간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보통 달력을 전년 11월경 만들다 보니 예정된 대선 일자가 그대로 기록된 것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올해 5월 9일(화)에 분명 대선을 치렀는데 '아니 웬 대선? 하고 잠시 헷갈렸다.

우리나라는 작년 한 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통령 하야와 구속을 외친 촛불의 힘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에 성공하고 예정보다 7개월 빠르게 조기 대선을 치렀다.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킨 87년 6월 항쟁에 이어 시민의 힘과 평화 투쟁으로 권력을 굴복시킨 명예혁명, 세계 시민운동사에 길이 기억될 기념비적 사건을 만든 것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모범이다. 촛불에 빚을 진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촛불정부로 부르면서 시대 대의에 맞게 적폐청산을 완수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구질서와 폐단을 개혁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무능한 정권을 민중이 심판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촛불혁명의 요구에 맞는 성숙한 정치질서를 만들고 실종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면서 국가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정치개혁이나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의 교체에 만족할 게 아니라 리더십의 성격을 재정립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 국민이 분노한 것은 국내외 문제들에 보인 총체적 무능, 과거 회귀적 낡은 리더십 때문에 공동체가 파산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 하지 못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서 진실을 감추는 무능과 위선, 권력을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과도한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증오 정치, 모든 것을 이념대립으로 만들면서 정작 문제를 풀지 못하고 북핵 문제와 외교 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무시당하는 아마추어리즘들이 그것이다.

일부 이념 대립의 측면도 있겠지만 촛불집회는 좌파의 기획물이 아니다. 작년 한해 촛불집회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소박하면서도 단호한 요구는 우리 시대에 맞는 리더십 구축과 국가 회복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촛불 혁명에서 분출된 국민적 요구를 실현하고 우리나라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이 필요하다. 변혁적 리더십은 미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번스(J. Burns)가 주창한 이론이다. 번스에 따르면 시대적 비전(vision)을 제시하고 비전 달성을 위해 함께 힘쓸 것을 호소하여 사람들의 가치관과 태도 변화를 통해 공동체를 고양시키는 리더십이 변혁적 리더십이다. 변혁적 리더십은 한 마디로 과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게 만들어 높은 수준의 욕구를 만들면서 사람을 개조하는 리더십이다.

물론 모든 리더십이 공동체의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원들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변혁적 리더십은 도덕적 가치와 이상에 호소하면서 사업방식이 아니라 사람들 자체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권교체는 변혁적 리더십의 출발이지 완성이 아니다. 북핵문제 뿐 아니라 사드 갈등에서 보듯 미국, 중국,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우리가 주도하는 외교 패러다임 구축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절실하다. 여전히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채 낡은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진영 논리에 따라 당파적 이해만 대변하면서 국민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권 개혁도 필요하다.
한발 앞서 시민사회에 정치적 아젠다를 던지고 국민의 요구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대의정치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4차 산업 혁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고, 알파고 충격에서 보듯 새로운 신기술이 몰고 올 경제 구조 재편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교육기관과 민간 기업은 기업대로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새로운 흐름에 합류해야 한다. 대학도 학령인구 감소, 사회구조와 산업의 재편,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라는 요구에 직면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교육혁신 요구에 직면해 있다.

혹자는 지금의 상황을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근대화를 위한 요구가 분출하던 구한말에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지만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변혁적 리더십의 원칙은 간단하다. 변화를 뒤쫓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주도하라는 것이다. 끊임없는 변화의 추구와 창조적 사고가 변혁적 리더십의 동력이다. 변화를 알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지도자나 집단은 시대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도태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과거 정부의 구태의연한 시스템을 탈피하고, 더 혁신적인 거버넌스(governance)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변화의 노력이 사회심층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2017년을 차분히 반성하면서 변혁의 화두를 던진 촛불혁명의 열매를 따기 위해 새해에 분발하자. 성장을 넘어 성숙을 도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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