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변원고/ 양심선언
웅변원고/ 양심선언
  • 성광일보
  • 승인 2018.08.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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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전대수의 마음의 향기

일본의 내무성과 경시청, 그리고 군부의 합작으로 저질러진 관동 대학살!
1923년 9월 1일, 일본의 대지진으로 쑥밭이 되어 버린 관동지방에 거주하던 우리 동포들은 저들 일본국의 혼란을 수습하고, 지배체제를 굳히려는 술책으로 공포된 계엄령과 유언비어에 따라 곤봉으로 머리를 맞아 쓰러지고, 일본도에 옆구리를 찔리고 갈고리에 등을 찍혀 죽어 갔으며, 죽창으로 난도질당한 여인은 어린 아기가 뱃속에서 튀어 나왔으나, 그 어린 아기마저 불에 태워져 죽어 버린 맞아 죽고, 찔려 죽고, 찍혀 죽고, 불에 태워져 죽어 가야만 했던 '관동 대학살'의 2만여 명 우리 동포들의 한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강제 점령과 폭정을 이기지 못해 북간도, 만주, 하와이로 떠나간 우리 동포들이 당했던 인권 유린의 상처와 눈물이 아직도 흐르고, 사할린 땅에 억류된 6만 동포와 성을 농락당한 20만 정신대 할머니들의 빼앗기고 짓밟힌 인권도 보상받지 못했는데 아직도 들리는 것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날조요, 정책적 협박 망언이며, 지문 날인을 강요받는 재일 동포의 인권 유린인데 극일(克日)의 민족적 자존과 긍지를 여지없이 불태워 버린 독립기념관 화재사건은 웬 말입니까?
게다가 기념관에 설치한 원형극장의 설비가 일제요, '사랑하는 나의 조국' 기념작품 촬영까지 일본인의 손에 맡겼고, 굴욕적인 외교마저 진행되고 있으니, 민족의 자존과 긍지는 어디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까?

왜놈 쪽발이의 술상 앞에 술은 따르더라도 마지막 하나 자존심만은 빼앗길 수 없다며 '원폭주'를 받아 마시고 죽어갔던 소녀의 시신 앞에 부끄러워합시다.
겨레여, 동포여! 한민족의 양심을 선언합시다. 이것이 일제 폭정의 한을 풀고 영혼을 달래는 길, 70만 재일 동포와 400만 재외동포의 인권을 지키고,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받는 길입니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 타국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생명을 난도질했던 것이 '관동 대학살'이었다면 안보라는 '또 다른 인권'을 내세워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본래의 인권'이 희생되는 우리의 인권 말살은 없는지 살펴봅시다.

지난 날, '5.17 긴급조치' 아래 안보의 총칼로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던 '광주사태'가 남의 땅에서 저질러진 일이 아닙니다.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온 몸이 발가벗겨진 채 경찰서 지하실에서 고문 자백을 강요받았던 고 여인의 인권 유린이 남의 일이 아니요, 짐승처럼 살기를 거부한 권 양의 부천경찰서 성 고문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악법의 귀고리가 코에 걸리고, 목적이 선이라면 수단과 방법은 악이어도 좋다는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자유, 정의, 사랑이 식어버린 악법의 집행으로 냉소주의(cynicism)가 등장한 땅이 남의 땅이 아니기에, 진실을 말하고 인권을 지키려는 민중의 입에 재갈이 물려지고, 자유를 갈구하는 팔목에 압제의 사슬이 채워지지는 않았는지? 민주 회복을 외치다가 권력의 무서운 흉기에 처참하게 쓰러져 가지는 않는지, 지금 이 순간 생각해 봅시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강력한 정부'는 오늘 이 시간 양심을 선언하고, 힘없는 민중의 한숨 소리, 신음 소리, 죽어 가는 민중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라. 저는 이렇게 외칩니다.
절대 왕조 시대의 인권이 권력자의 손에 있었고, 일제의 폭정이 우리의 인권을 주물렀듯이 맹목적인 지시와 복종, 그리고 충성에 따른 인권 탄압으로 참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는 없습니다.

자유가 제약을 받고 인권이 유보 당하는 '한국적 민주주의'니 '안정적 민주주의'니 하는 수식어를 빼고, 참된 민주주의 한 번 합시다.
제비를 잡아들인다고 해서 봄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억압과 탄압으로 민주의 봄은 오지 않고, 안개정치, 암흑정치, 각본정치, 그리고 파벌정치, 계보정치로 정의사회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인권은 있는가, 없는가? 민주주의는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가를 냉정히 생각하시어 국민의 소리를 올바르게 대변하여 합리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부가 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형평과 정의를 실현하는 사법부가 되며, 국민과 함께 숨 쉬며 일해 나가는 행정부가 될 때, 언론 또한 특정 정당의 선전 홍보나 할 것이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요 사회의 목탁으로서 민중의 소리를 올바르게 대변하는 민주 언론의 자세를 확립할 때만이 인권이 살고, 민주가 살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저는 이렇게 확신합니다.

청중 여러분!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선언을 합시다.
그리고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군인, 경찰, 교육자, 학생, 기업인, 근로자, 종교인은 물론, 4천만 국민 모두가 인권 수호를 위한 양심선언을 할 수 있도록 '범국민 양심선언운동'을 전개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이 원고는 1986년 12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인권옹호협회 주최 전국웅변대회에서 최고상(대법원장상)을 수상한 원고이며, 당시 연세대학교 김동길 교수를 비롯하여 변호사와 논설위원 등 4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한 결과 총점 400점 중에 398점을 얻은 바 있는 필자의 웅변 원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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