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의약품 보관·공급 체계 총제적 허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의약품 보관·공급 체계 총제적 허술
  • 이용흠 기자
  • 승인 2018.10.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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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평 남짓 공간에 조제실, 냉장고, 배송작업대 모두 혼재되어 있어
- 의약품 보관 온도조절 장치도 없이, 변질 우려 불구 택배·퀵 배송
- 배송 중 의약품 파손 등 하자 책임 환자가 감수하겠다는 동의서 받아
- 마약류 수입·공급 업무 위한 전문 인력 태부족, 식약처 뒷짐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희귀의약품을 환자 대신 해외에서 수입하고, 보관·조제하여 환자에게 공급하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는 시장성이 없어 민간에서 생산·수입하지 않은 희귀약을 복용하고 있는 희귀병 환자들에게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허술한 의약품 보관 및 배송 실태의 심각성이 지적되면서 시설, 인력, 시스템 등의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보건복지위/서울 광진갑)은 10월 15일 진행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직접 센터를 방문하여 점검 한 의약품 보관 및 배송 실태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제기를 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먼저, 센터는 의약품 조제 등의 작업 공간 자체가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7평 남짓한 공간에, 냉장고와 작업대가 비치되어 있는 창고에서 의약품 보관 및 포장 배송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조제실은 조제실 기능은 전혀 없고,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첨부 1)

또한, 의약품의 보관 및 배송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의약품들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여, 일반 사무실에 쌓아놓고 있었으며, 해당 사무실 온도는 28.2도로, 대한민국 약전 상 규정하고 있는 15~25도 즉, 상온보관 기준을 초과하고 있어서, 의약품 변질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었다.(첨부 2)

한편, 센터는 의약품 배송 시, 아이스박스에 의약품을 넣고, 아이스팩을 넣어 포장을 해서 택배와 퀵서비스로 환자에게 보내고 있었다. 이동 거리에 따른 온도 유지는 물론, 충격에 의한 파손에 대한 대책은 전혀 기대할 수가 없었다. 센터는 연 1만 5천건의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는데, 이 중 1만 2천여 건을 이러한 방식으로 택배·퀵서비스로 배송을 하고 있었다.(첨부 3)

전혜숙 의원이 센터 외에 민간 의약품 유통업체를 추가로 방문하여 확인한 결과,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 적정 온도를 항시 유지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고, 전문적인 냉장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여 배송하고 있었다.(첨부 4)

그리고, 센터는 이러한 배송체계를 통한 의약품의 변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배송 관련 하자가 발생할 경우 센터의 귀책사유가 사회통념 상, 명백하지 않는 한 센터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약품 배송 동의서’를 환자에게 받고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었다.(첨부 5)

실제, 이러한 배송에 따른 피해 사례를 보면, ▲ 자가면역 질환 관련 ‘키너렛’은 2~8도 냉장보관 의약품으로 의약품을 KTX 특송을 통해 주소지인 대구로 배송하는데, 아이스박스의 아이스팩 냉기가 약해 약품의 변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 2012년 1월, 뇌전증 치료제인 ‘자론틴’배송 및 보관 중 온도상승으로 연질 캡슐 제형이 파손되어 폐기됐으며, ▲ 2012년 1월, 신경퇴행성 희귀질환인 헌팅턴병 치료제인 ‘세나진’배송 중 정제가 파손되어 폐기, 그리고 ▲ 2016년 1월, 결핵치료제 ‘리팔딘’배송 중 앰플이 파손되어 폐기된 바 있었다.

물론, 이러한 배송 과정 중의 파손에 대해서는 식약처 및 센터 차원에서 별도의 보상이나 무상 재배송은 없으며 오롯이 환자의 부담이었다.

식약처가 발행하여 배포한 ‘의약품 유통품질 관리기준(KGSP) 해설서’를 보면, 의약품 보관에 대해서는, 규정된 온도가 항상 유지되도록 보관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의약품 출고에 대해서는, 정해진 보관온도와 동일한 온도로 유지된 냉장용기에 넣어 출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첨부 6) 민간에 요구하는 기준을 국가기관인 센터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 희귀의약품을 다룰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의 부족 문제도 제기되었다. 현재 센터 소속의 직원은 총 15명이고, 이 중 약사는 5명으로, 올해 11월부터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자가 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입·공급 업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센터는 내부 진단을 통해 마약류에 대한 발주·수입·통관 관리, 마약류에 대한 입출고·보유량 관리, 공급 관리 등 전반의 업무를 수행하는 약사·변리사·IT전문가 등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 41명의 추가 증원을 포함하여, 필수의약품 공급의 상시 모니터링과 공급 중단 대응, 품목허가·관리를 위한 인력 등 총 49명의 인력의 증원 의견을 식약처에 건의해왔지만, 전향적 조치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전혜숙 의원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운영은 실낱같은 생명의 끈을 잡기 위해 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환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식약처는 센터의 시설·인력, 배송 및 추적관리 시스템을 정밀 진단하여, 희귀필수의약품들이 적시에 안전하게 환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는 대책을 즉각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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