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응봉산 개나리
<수필> 응봉산 개나리
  • 이기성 기자
  • 승인 2019.09.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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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식 /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 성동문인협회 이사
최운식 /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최운식 /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서울 성동구 응봉동과 금호동에 걸쳐 있는 응봉산은 봄과 희망을 상징하는 개나리꽃의 명소이다. 이른 봄에 개나리가 활짝 피어 온 산을 샛노랗게 물들이는 응봉산은 강남에서 성수대교를 건너 북쪽으로 올 때는 산의 남쪽을 보여주고, 독서당 길을 지날 때는 북쪽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나는 1990년대 중반에 이곳을 지나다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을 처음 보고, 감탄하고 환호(歡呼)하였다. 그 후로 가끔 이 근처를 지나게 되었는데, 꽃이 하도 예뻐서 산 밑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 개나리꽃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했던 적도 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응봉산이 보이는 금호동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응봉산은 해발 94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산 이름은 산의 모양이 매의 머리 모양을 닮았으므로, '매봉' 또는 '응봉(鷹峯)'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 임금이 이곳에서 매를 놓아 꿩을 잡기도 하였으므로, 산 이름을 매봉 또는 응봉이라고 하였다고 전해 오기도 한다. 조선 태조는 즉위 4년(1395년)에 이곳에 '응방(鷹坊)'이라고 하는 관아(官衙)를 설치하고, 매사냥에 쓸 매를 사육하는 일을 맡아 보게 하였다. 태종?세종도 이곳에 와서 매사냥을 즐겼다. 조선 태조 때부터 성종 때까지 100여 년 동안 이곳에 와서 151회나 매사냥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매 사냥터로 이름이 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응봉산에 개나리를 심은 것은 1980년대 개발 이후 산자락의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서울시는 1987년에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조림사업의 일환으로 1만 그루의 개나리를 심었다. 응봉산은 암반층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어서 땅이 기름지지 못하고 몹시 메마른 곳이다. 개나리는 이런 땅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수종(樹種)이어서 심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봄이면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는 개나리 명산이 되었다. 응봉산 동쪽에는 석재(石材)를 채취하던 바위 절벽이 있다. 지금은 이곳을 손질하여 인공암반등반시설을 설치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수시로 찾아와 등반 훈련을 하면서 체력 증진에 힘쓴다.

성동구에서는 1997년부터 응봉산에 개나리가 활짝 피는 3월 말부터 4월 초순 사이에 '개나리축제'를 연다. 개나리축제 때에는 어린이 그림 그리기대회, 글짓기대회, 사진전시회, 노래자랑, 먹거리장터 등이 열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봄기운에 마음껏 취하며 즐긴다. 

응봉산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마주 보이는 산이어서 거실에서 산색(山色)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알 수 있다. 2014년은 터키에서 4년을 보내고 돌아온 후 처음 맞는 봄이어서 화신(花信)을 전해 주는 응봉산의 개나리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가끔씩 응봉산을 바라보곤 하였다. 3월 20일 아침, 거실에서 응봉산을 바라보니, 나뭇가지에서 노란색이 조금 보이는 듯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개나리의 가지마다 노란 꽃망울이 맺혀 있다.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 노란빛은 조금씩 짙어졌다. 꽃샘추위에 잔뜩 움츠리고 있던 꽃망울들이 예쁜 미소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며칠 후 아내와 함께 다시 응봉산에 가니, 온 산이 샛노란 개나리와 막 피어나는 목련, 벚꽃이 어우러져 새 봄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터키에 가 있는 4년 동안 봄이면 개나리가 활짝 핀 응봉산의 모습을 떠올리며 보고 싶어 하였다. 그동안 보지 못하였던 꽃들이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응봉산의 개나리는 나에게 새봄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게 해 주고, 한국에 와서 다시 봄을 맞게 된 기쁨을 맛보게 해 주었다.

응봉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올라 북서쪽을 보니, 대현산과 금호산이 보이고, 그 뒤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남쪽으로는 바로 앞에 서울숲이 있고, 그 옆으로는 중랑천이 흘러와 한강 본류의 큰 물줄기와 만나는 모습이 보인다. 한강 건너로는 무역센터?잠실주경기장?역삼동 스타빌딩?압구정동 아파트 등의 건물이 보이고, 그 뒤로 관악산·청계산·우면산이 눈에 들어온다. 성수대교와 영동대교, 동호대교,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 응봉교와 두무개길을 연결하는 입체도로에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린다.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와 힘차게 달리는 차들을 보니, 활기가 넘쳐나 역동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팔각정에서 보는 서울의 경관은 정말 멋지고 아름답다. 응봉산을 서울 남부조망의 명소, 별자리 관찰의 명소로 꼽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집으로 오기 위해 독서당길 위에 놓은, 응봉산과 금호산을 잇는 구름다리를  건너 우리 아파트 뒤쪽에 있는 대현산으로 향했다. 독서당공원과 대현산에도 개나리꽃과 벚꽃을 비롯한 여러 꽃들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는다. 대현산을 거쳐 집으로 온 뒤에 거실에서 다시 응봉산을 건너다보았다. 응봉산의 개나리꽃들이 자기들의 예쁜 모습이 변하기 전에 다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작은아들 내외와 손녀들이 오면, 이들과 함께 다시 가야겠다. 꽃이 지기 전에 애들이 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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