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塞翁之馬)
새옹지마(塞翁之馬)
  • 성광일보
  • 승인 2019.09.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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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종/건국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교수
장원종/건국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교수

중국 국경 지방에 노인의 말에 얽힌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만을 가지고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 있었던 일들을 예로 들어 이 고사성어에 담긴 뜻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7월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였고, 8월 2일에는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수출규제 품목은 포토레지스트(PR)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등 3개 품목으로서 7월 4일부터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변경되었다.

수출규제 품목을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은 곧바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였다. 지난 8월 7일과 19일에 포토레지스트 수출이 두 차례 허용됐고 8월 29일에는 고순도 불화수소 1건이 수출 허가를 받았지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아직 수출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이다. 업체들은 해당 품목을 일본이 아닌 다른 다라에서 수입하는 것을 모색하는 한편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였다. 공급망의 점검과 더불어 생산기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고군분투하는 한편,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의 결정에 여러 가지 대응책을 내세웠다. 우리 정부는 7월 7∼8일 일본 수출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배되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경제 보복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이를 처음 공식 제기했다. 8월 2일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는 결정 이 후 곧바로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발표했다.

8월 5일, 한국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발표를 해서, 6대 분야 100대 핵심 전략 품목을 1∼5년 내 국내에서 공급하는 내용의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중 20대 품목, 즉 수급 위험이 크고, 공급 안정이 시급한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국 다변화와 생산 확대를 집중 추진할 대상을 선정하여 공급 안정화를 1년 내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이를 위해 '공급선 확보', '연구개발(R&D) 등 자체 개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 세 갈래의 정책을 추진한다. 8월 28일에는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하여 대통령직속 민관공동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정책수립, 핵심품목 선정, 연구비원 지원을 정하고, 국가연구역량 결집, 제도 개선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정했다.

대학 역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8월 5일, 카이스트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꾸렸다. 서울대는 8월 6일 산학기술협력 조직인 SNU 공학 컨설팅센터 산하에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문 특별전담팀(TF)'을 구성해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 기업 기술 자립 지원에 나섰다. 그 외 많은 대학들이 소재·부품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한편, 7월 4일부터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국내에서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전략물자 북한 유출 의혹 등을 이유로 내세운 일본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과 함께 국민들 사이에 대규모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이로 인해 일본관련 업체가 폐업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 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객이 대폭 줄어 일본 관광지, 중소도시가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들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내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지난 9월 8일에는 몇몇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에서 불화수소를 국산품으로 완전 대체하기에 이르렀고, 삼성전자도 일부 국산품으로 대체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수출규제가 있었던 두 달 동안 관련 제품의 생산에도 별 차질이 없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더 나아가 한 언론에서는 '한일 경제전쟁'에서 한국이 '판정승'을 거두었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소식은 듣는 이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흩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각자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한다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더 이상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그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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