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춘
가을걷이
최성춘
아버지는 바쁘게 줄달음질 치는
남은 가을날을 붙들어 집 앞
큰 감나무에 꽁꽁 묶어두고
싶어 하셨다
가을걷이를 하는 동안
일손이 부족해 고사리 같은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어머니의 애타는 심정 때문이었다
결국 붙잡힌 가을날이
감나무 등걸에 묶여
꼼짝 못 하는 동안
아버지의 움직임대로 들판의
급한 일들은 추슬러졌다
가을날은 된서리가 내리고 나서야
아버지 곁에서 풀려나
우리 곁에서 쓸쓸히 떠나갔고,
묶였던 감나무 가지 위엔
하얀 초설이 내렸다.
최성춘 시인은.
시인 최성춘은 전북 고창 출생으로 『문학愛』 시 부문, 낭송 부문 등단 및 『서정문학』 시 부문에 등단한 시인이다.
현재 코튼C&C대표로 재직하면서 활발한 저술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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