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네 편, 우리 편은 누구일까?
내 편, 네 편, 우리 편은 누구일까?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0.01.07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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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성동신문 논설위원
송란교 논설위원
송란교 논설위원

'포럼' 행사 참석을 위해 국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국회의사당 정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아우성을 치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경찰들은 그들에게 불법이므로 해산하고 돌아가라 외치고 있었다.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무조건 문을 열어라, 흩어지면 죽는다, 결단코 뭉쳐야 살 수 있다'고 외치니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래서 멀쩡한 정문을 놔두고 저 멀리 뒤쪽에 있는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갈라서야 하는지, 왜 저렇게 편이 나누어져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니 갑자기 '허들링'이 떠오른다.

펭귄을 캐릭터 한 '펭수'가 어른들의 뽀통령으로 불리면서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깨 방정을 떠는 모습이나 직설적으로 질투를 표출하는 모습 등 일종의 안티히어로의 모습을 보이면서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이 더욱 열광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너무나 추워서 아무리 옷을 두껍게 입어도 채 1시간도 버티기 어렵고, 맨 살을 노출하면 불과 몇 초 만에 손이나 발이 잘려 나가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는 남극에서 펭귄은 그 매서운 추위와 세찬 블리자드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가?

그들은 '허들링'을 통해 이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다고 한다. 허들링(Huddling)은 군집을 이루고 있는 바깥 쪽 펭귄이 체온이 떨어지면 순차적으로 군집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현상을 말한다.

블리자드(blizzard, 시속 180킬로미터로 부는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 펭귄의 단단한 밀집 대형이 주기적으로 흐트러지고 바깥 쪽 펭귄이 안쪽으로 조금씩 들어가면서 체온을 유지한다.

속도는 아주 느리지만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찬바람을 지속적으로 맞지 않으며, 서로 몸을 바짝 맞대고 서 있는 덕분에 서로의 체온이 전달되어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추위를 막고 새끼를 보호하며 각자 살아남기 위해 바깥 쪽 펭귄이 얼어 죽지 않아야 군집이 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귀여운 펭귄조차도 생존을 위해 이처럼 체온을 공평히 나누고 서로 배려하고 함께 협동하는 것이다.

호수나 강가에서 서식하는 철새들은 철이 바뀌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주로 V자 대형을 이루며 날아간다. 기러기도 이 부류에 속한다. 
V자형 편대를 지어서 날면, 앞에서 나는 기러기의 날개 짓에 vortex(渦流, 소용돌이)가 발생하여 뒤따르는 기러기가 날개 짓 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소요되는 에너지의 약 30%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소모하면서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V자 대형을 유지하면서 함께 날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앞 선 기러기가 지치게 되면, 그 기러기는 대열의 중간으로 들어가고 바로 뒤에서 날던 기러기가 앞으로 나와서 그 편대를 이끈다. 뒤에서 나는 기러기들은 '끼륵끼륵'을 외치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한다.

하늘을 나는 기러기조차도 체력을 공평히 나누고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협동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힘은 하나로 뭉칠 때 강하게 된다. 하나됨(Unity), 조화(Harmony), 협력(Cooperation)이 있을 때 단체나 조직의 힘도 가장 강해진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끝내 모른 체 하며 뿔뿔이 쪼개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만 내 편이고 네가 좋아하는 사람만 네 편이라면 우리 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내 편, 네 편, 우리 편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뒤뚱거리는 펭귄에게 답을 물어야 하는가? 석양을 벗 삼아 나는 기러기에게 길을 물어야 하는가?
한 솥밥을 먹고 사는 가족들끼리도 각각 편이 갈리니 믿음직한 우리 편은 결코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내 편은 절대 믿을 수 없고 적의 편은 조금이나마 믿을 수 있다고 외치는 요상한 세상이 되어간다. '나만이즘'에 빠져 다른 사람은 잘되면 안 되고 나 혼자만 잘 살아야겠다는 사람, '내편이즘'에 몰입되어 내 편만 성공하면 된다는 오만불손한 사람들을 보면서 새해 새날에 '허들링'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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