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울한 출발,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면 ‘전화위복(轉禍爲福)’도 가능하다.
2020년 우울한 출발, 그러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면 ‘전화위복(轉禍爲福)’도 가능하다.
  • 정성은 기자
  • 승인 2020.02.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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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건국대 사학과 교수)

한정수(건국대 사학과 교수)
한정수(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9년 말부터 2020년 새해 2월까지 세계를 뒤흔드는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이다. 전염 가능성이 높아 각국의 보건의료당국은 비상을,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는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는 중국 우한이나 후베이성, 넓게는 중국 입출국에 대한 감시 및 금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단체모임에 해당하는 예비대학, 새터, 졸업식, 입학식 등이 줄줄이 이어지지만 모두 취소할 예정이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며, 나아가 개학 연기가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대학의 경우는 중국 유학생들이 2월 중순에서 말까지 들어와 기숙사 등을 잡기 때문에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

세계는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에 따른 여러 가지 재앙적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세계공장이자 세계무역의 가장 큰 축의 하나인 중국이 제조나 유통, 무역, 금융 등에 있어서 위축 침체되면 그것은 고스란히 세계 경제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 또 당장 중국과 비중국으로 구분하는 차별이 생겨 차후 심각한 국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폭발성을 띤 사건이 일어날 경우 전쟁이라는 인류사의 또 다른 비극을 만들 것이다.

과거 역사를 돌아본다면 대륙적 국가적 차원의 재앙은 왕조체제의 붕괴를 가져왔고, 나아가 세계체제 및 문명의 새로운 전환을 야기했다. 과거에는 가뭄과 홍수, 냉해 등 기상재해와 여기에 이어지는 전염병의 창궐 등은 어쩔 수 없는 하늘이 내린 재앙으로 여겼다. 동양사회에서는 이를 천명재이(天命災異) 사상으로 정리하였다. 이는 하늘이 재해를 일으켜 위정자에게 반성을 요구하고 민심을 다독이면서 위아래가 소통하여 원한이 없도록 덕을 쌓으라는 명으로 이해되었다. 미신적 행사에 해당하는 신앙행위를 되풀이하기 보다는 위정자 스스로 덕을 쌓아 백성의 원한을 해소하고 하늘이 원하는 왕도정치를 실현하면 된다 하였던 것이다.

때문에 일찍부터 재이 해소를 위한 대표적인 경구가 정리되었다. 위정자는 스스로 모든 죄가 부덕한 자신에게 있으니 자신을 벌하라고 자책하여야 했다. 고려시대 선종(宣宗)은 6가지 일로 자책하였는데, “정치가 한결같지 않았는가, 백성이 직분을 잃었는가, 궁실이 높았는가, 아녀자의 정치참여가 성행했는가, 뇌물이 행해졌는가, 거짓과 아첨이 횡행했는가” 등이 이에 해당하였다. 이것이 왕조시대 재이 해결을 위한 대표적 방책으로 이를 네 글자로는 자신을 책하고 덕을 닦는다는 책기수덕(責己修德)이라 하였다. 그리고 왕은 언로를 열어 신료 및 백성들에게 재이 극복을 위한 의견을 물어 이를 반영하였다. 이것을 ‘구언(求言)’이라 하였다.

그렇지만 이 같은 노력이 없으면 하늘은 보다 덕이 있는 유덕자에게 천명을 옮겨 백성을 다스리게 한다 보았다. 이쯤되면 해당 사회는 무질서가 극에 달하면서 기근이 이어져 죽는 자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도적이 창궐하여 무너지게 된다. 때문에 당시에는 이를 국가적 재난으로 보았고, 기존 체제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한 명이라 여겼다. 이때에는 구세주의 등장에 대한 예언이 나타난다. 예컨대 이를 대표하는 것이 그림 등의 상징과 비기 및 노래인 참요로 나타나는 ‘도참(圖讖)’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역성혁명으로 이어지곤 했던 것이다.

옛날 왕조시대에는 이 같은 양상이 반복되었다. 그렇지만 산업혁명과정 속에서 과학문명이 만나고 수많은 현상에 대해 인류는 그 원인과 과정, 결과 등을 수집 정리하였다. 또 새롭게 찾아낸 성과물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공유되면서 세계는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게 되었다. 즉, 기상이변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였지만 세계기후지도 등이 만들어지고, 기후변화요소에 대해 데이터를 쌓아 슈퍼컴퓨터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쓰나미나 화산폭발, 폭우와 폭설, 토네이도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초전자현미경을 동원해 바이러스유전자를 만들었고, 바이러스항체를 새롭게 만들거나 자연에서 그 물질을 찾아 대체하였다. 물론 신의 오묘함으로 바이러스 등이 변형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분석하여 이를 극복하는 신의 한수를 찾아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해서도 인류는 처음에는 그 증상 때문에 우왕좌왕하고 당황하면서 혼란에 빠졌지만 점차 분석을 거쳐 병원체를 찾아냈다. 쉽진 않으나 곧 메르스나 사스 때처럼 백신을 만들 것이다. 이와 함께 당국은 병원체에 대한 예방법을 만들어 배부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개별적으로는 외출 전후 흐르는 깨끗한 물에 30초 이상 손을 자주 씻을 것, 사람이 모이는 대중적 장소에 갈 경우 마스크를 착용할 것, 호흡기질환 증상을 보이는 이와 떨어질 것, 중국 우한시와 후베이성 여행을 자제할 것, 2차 감염에 유의할 것 등등이 공지된 것이다.

또 발병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유의사항을 알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감추고자 할 경우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가짜뉴스와 유언비어 등이 횡행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의 전염병 상황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축적한 방제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사회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일치단결하여 위기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남탓보다는 자신의 반성과 노력을 요구하는 ‘책기수덕’과 여론수렴 및 소통을 위한 다각도의 ‘구언’, 그리고 과학적 의학적 노력 등이 이어져야 한다.

이처럼 재앙적 위기 상황을 수없이 겪어왔지만 우리 인류는 이를 늘 극복했다. 역사가 증명하듯 다행스러운 것은 위기 때마다 이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삶이 보장되는 문명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학 문명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과학 및 의학을 토대로 사회시스템을 구축 운영함으로써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결과였다. 인사를 다하면서도 막연히 천명을 기다리기보다는 정확한 예측을 통해 안전한 미래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우리 역사 속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꼽힌다. 단지 훈민정음 창제나 공법 마련, 농서편찬, 천문 계산, 칠정산 제작 등등이 있어서가 아니라 세종 스스로 끊임없이 백성을 위하고자 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종 시대에도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있었고, 심지어는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방화로 인한 화재사건도 발생하였다. 천재와 인재가 동시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세종은 이 같은 재이에 대해 신하 및 백성의 의견을 듣고 또 그 대책을 연구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세종 스스로도 관련 사항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는 한편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하였다. 그야말론 당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진인사’를 다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전화위복’하여 태평성대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책기수덕이나 구언 등과 같은 진인사를 다하지 않을 경우 인류사의 비극과 변화가 있게 된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구체제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라는 변화라 얘기할 수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의 참혹한 죽음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개인의 예방 노력과 지역 및 정부 차원의 보건안전 체제 구축, 국제사회와의 적극적 공조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우울한 출발로 시작된 해이지만 재앙이라는 화를 오히려 복으로 바꿀 수 있는 때가 될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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