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벽오동 碧梧桐
<수필> 벽오동 碧梧桐
  • 이기성 기자
  • 승인 2020.06.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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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 성동문인협회 이사
성동문인협회 이사
성동문인협회 이사

내 고향 우리 집에는 벽오동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벽오동나무는 잎이 넓고 깨끗하여 그늘이 잘 만들어져 무더운 여름날에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였다.

옛 어른들께서 벽오동나무를 심는 뜻은 황금색의 아름다운 봉황새가 이 나무에 와서 둥지를 틀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새가 집에 와서 산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을 의미하는 것이다. 옛부터 가문의 영광이나 자녀의 장원급제 같은 출세를 기원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근동에서는 우리 집만 있었다. 증조부께서는 참봉의 벼슬을 하시면서 할아버지를 학문의 대가로 만들기 위해 14살 때 백 리 밖에 사시는 스승님을 찾아가 공부를 하고 돌아오시도록 출가를 시키시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오년 동안 집에 오지 않으시고 공부를 마치신 후에 돌아오셨으며 마당 가에 서당을 지으시고 근방의 어른들을 가르치시었다. 연세가 할아버지보다 많으신 분들도 배우셨고 촌수가 높으신 분들도 오셔서 배우셨다. 그래서 명절 때가 되면 스승님이라고 나이 많으신 분이 오셔서 세배하시는 것을 보았다. 할아버지는 한의학을 공부하시었고 일본 통치가 되자 예산군 신양면으로 이사를 가셔서 한의사가 되시었으며 현대의학을 강습 받으시고 공의로도 활동하셨다.

증조부께서는 할아버지를 가르치시며 가문의 영광을 기대 하시고 따뜻하고 양지바른 언덕에 벽오동나무를 심으시었다. 그러나 일본의 통치가 되면서 그 꿈을 접으시었다. 

벽오동나무를 심으셨고 그 옆에는 장미, 작약, 목련, 모란, 황매화, 홍매화, 백매화, 철축, 해당화 등 많은 종류의 꽃을 심으시어 봄에는 많은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또 자두, 복숭아, 감, 사과, 밤, 소태, 뽕, 모과 등 과일나무도 있었다. 나무 밑 돌담 틈에는 돗 나물이 자랐고 나무 밑 공터에는 부추, 머위 등이 항시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많이 자라던 꽃과 과일나무들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조금씩 줄어들더니 벽오동나무와 밤, 감 자두, 매화만 남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벽오동나무는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서 일 년에 한 마디씩 자라며 잎은 넓고 줄기까지 푸르며 나무는 크게 자라도 청록색으로 변하지 않고 평활하며 갈라지지 않고 푸른색을 가지므로 벽오동이라 한다. 

벽오동은 한국 중국 일본등지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곧고 푸르며 시원스럽게 넓은 부채모양의 푸른 잎은 선비의 넓은 마음과 푸른 절개를 뜻한다, 서당이나 정자 근처에 많이 심었다 잎이 단풍이 되어 떨어진 후엔 열매가 붙은 표주박모양의 바가지 가에 두 개부터 다섯 개정도의 열매가 매달려 있으며 이것이 떨어질 때는 낙엽처럼 회전하며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날라 가서 땅에 안전하게 떨어진다. 그 열매는 콩의 크기와 비슷하나 까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적지만 맛이 대단히 좋고 고소하다. 

할아버지께서 한의를 하셨기에 알게 되었지만 아기를 출산한 산모의 출혈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것을 알았다. 문헌에 보면 위장 보호 치료에 좋은 식품이고 관절이나 신경통에 효능이 뛰어나고 카페인도 포함되어 있어 커피 대용으로도 쓰인다, 벽오동 열매를 가벼운 맷돌에 갈아서 겉껍질을 추려내니 량이 너무 작아서 해바라기 씨와 함께 섞어 기름을 짜 두었다가 먹는다. 그 기름에 밥을 비벼 먹으면 맛이 대단히 좋다, 벽오동 열매가 고소하고 맛이 있어 봉황새가 벽오동나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봉황새가 우리 집 벽오동나무에 와서 산다면 대단히 기쁘고 행복 할 것이다. 봉황은 오지 않아도 다른 새들이 지친 날개를 쉬어 가고 벽오동나무 열매로 허기를 달래기를 바란다. 자손의 입신출세를 기원하던 조상님들은 자손들이 원대한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며 겸손하게 행동하면서 높은 소망이 이룩되기를 기대했었다. 사랑채와 별당 자리에 두 그루나 심어 키우시던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다.

우리 집에는 소태나무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쓴 것이 소태라고 한다, 소태나무 열매가 여물 때가 되면 어떻게 알고 노란색의 꾀꼬리가 날아와서 소태 열매를 따 먹는다, 쓰디쓴 소태를 먹으므로 더 아름다운 털을 가진 꾀꼬리가 된다고 한다. 노란 꾀꼬리는 쓰디쓴 열매를 따 먹기 위해 매년 찾아오는데 맛이 고소한 열매가 열리는 벽오동 나무에는 봉황이 찾아오지 않아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봉황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우리는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고향 생각이 자주 나고 고향을 회상 할 때는 사랑 방 옆에 있던 벽오동나무가 생각난다.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 한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어 쉬기 좋게 하고 약품으로 쓰여 지던  좋은 나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도 가문의 영광이나 자손의 출세나 금의환향을 생각하셨던 조상님들의 깊은 뜻을  회아려 본다. 이제 봉황의 꿈은 아니라도 우리 가문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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