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진지한 반성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진지한 반성
  • 성광일보
  • 승인 2020.06.11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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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杉基 / 칼럼리스트
김삼기
김삼기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내일(11일) 첫 공판을 대비하여 매일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오늘도 그리고 공판 당일인 내일도 제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조씨는 어제까지 총 21부의 반성문을 제출했고, 공범인 이씨와 강씨도 각각 반성문과 호소문을 수차례 제출했으며, 조씨의 지시로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를 받는 한씨의 경우 무려 62부에 이르는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한다.

아마도 내일 열리는 ‘박사방’ 재판이 반성문 재판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6년과 5년을 각각 선고받았던 가수 정씨와 최씨도 각각 4번과 9번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 결과 지난달 2심 재판부는 정씨와 최씨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들어 각각 1년과 2년 6개월을 감형해준 바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해 1~11월 선고된 137건의 성범죄 판결문의 35%에 해당하는 48건에서 ‘반성 및 뉘우침’이 양형 요소로 적용되었다고 발표했다.

이토록 뻔뻔한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이유가 성범죄 양형 기준에 ‘진지한 반성’이 명시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에는 반성문 대필업체까지 성행하고 있다 하니, 참으로 창피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반성문을 제출했는지는 모르지만 최근 뉴스에 나오는 대기업 총수들도 카메라 앞에서 진지한 반성의 멘트를 보내고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실 성범죄 판결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판결에서도 '진지한 반성'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법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교화시키는 목적도 가지고 있어, ‘진지한 반성’은 이미 교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반성은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양심적인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반성은 그 대상이 나 자신이지 타인이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반성문은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닌 타인(피해자)이나 어떤 사건이 되어, 용서문이나 사과문 수준에서 쓰여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반성문은 나 자신의 잘못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심리적 변화가 나타나고,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개조된 모습이 담겨 있어야 한다.

타인(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수준의 반성문은 반성문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말이다.

또한 반성문은 얼마나 많이 썼느냐 보다 한 번을 쓰더라도 그 내용이 얼마나 진지하냐가 중요하다.

내일 열리는 '박사방' 공판에서도 반성문의 횟수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횟수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내용을 무시하는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박사방' 운영자 조씨 일행이 진심으로 '진지한 반성'을 해서, 훗날에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성문화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단상
우리도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일이 있었다면, 먼저 나 스스로에 대해서 ‘진지한 반성’을 해보는 오늘 하루가 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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