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과거=현재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과거=현재
  • 성광일보
  • 승인 2020.07.01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삼기 / 칼럼니스트.시인
김삼기 / 칼럼니스트
김삼기 / 칼럼니스트

3년 전부터 집에서 승용차로 1시간쯤 걸리는 거리에 있는 찻집을 자주 찾곤 했다.

사실 찻집은 3년 전 손님과 추어탕 전문식당에 갔다가 식당 옆에 있는 고전적인 찻집이 눈에 띄어 들어갔던 게 인연이 되었다.

이제는 찻집 안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피아노를 전공한 찻집 사장의 친절함에 이끌려 찻집을 찾는 게 주목적이 되었고, 추어탕집은 덤으로 가는 곳으로 변했다.

지난 주말에도 아내와 함께 찻집 옆에 있는 추어탕집에서 점심을 하고 찻집을 찾았다.

찻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는 "3년 전의 분위기가 하나도 변함없이 그대로 있고, 찻집 사장도 늙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3년 전 과거로 여행 온 것 같다"고 좋아했다.

지난 3년 동안 집에서 찻집까지 오가는 도로 주변에는 크고 작은 건물이 세워졌고, 상가와 공공기관도 들어섰고, 추어탕집도 최신식으로 리모델링 되었고, 그래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지만, 유독 찻집만 그대로 있었으니, 아내가 감탄할 만도 했다.

찻집에서 1시간 이상 머물다 돌아오면서 나는 ‘과거=현재’라는 공식과 ‘과거=현재=미래’라는 공식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과거(過去), 現在(현재}, 미래(未來)는 시간을 구분하는 의미로 쓰이며, 과거는 이미 지나간 때를, 현재는 지금의 때를, 미래는 앞으로 올 때를 뜻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과거, 현재, 미래는 단지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고, 일이나 상황까지 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용어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시공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넓은 의미의 과거, 현재, 미래는 시간의 문제를 넘어 “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가 현재로 진행되고, 현재가 미래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찻집이 변하지 않고 3년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에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되지 않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면 찻집은 ‘과거=현재=미래’라는 공식의 범주에 들어 있는 것이다.

과거가 변하지 않았다면 현재는 아직도 과거일 뿐이고, 현재 역시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 역시 현재일 뿐이다.

물론 모든 만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인데, 우리 사람이 미세한 변화까지는 느끼지 못하니, 가시적인 차원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볼 필요가 있다.

시간의 흐름만을 의미하는 과거, 현재, 미래보다는 ‘변화’로 인해 생가는 가시적인 차원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 현재, 미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생길 뿐만 아니라, ‘변화’라는 매체를 통해서도 생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주말 집에 도착할 때쯤 아내는 “내년에도 찻집은 변하지 않고, 사장님도 늙지 않고 그대로 있겠지?” 라고 말했다.

[단상]

우리 주변에서 ‘과거=현재’, ‘과거=현재=미래’라는 공식에 맞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고, 가끔 그곳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